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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 “한식은 그 자체로 약선요리… 日에 그 진가 알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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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3 19:00:00 수정 : 2017-06-03 16: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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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한식 문화 알리는 조선옥 요리연구가 “일본의 젊은이들이 익힌 한국 요리의 맛이 제법입니다. 일본 각지에서 한식요리 교실이 생기고 한식 전문가가 많아지면서 한식과 일식의 융합이 생기는 맛도 참 색달라요. 한식과 일식 요리의 장점만을 골라낸 맛이지요.”

(사)일한농수산식문화협회 초대 회장이자 ‘도쿄 조선옥요리연구원장’인 조선옥(50)씨는 조용하면서도 화려한 한국 요리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무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30년간 한국요리 연구에 쏟아부었다. 그는 어느덧 ‘약선요리’ 전문가가 되었다. 그래서 한의학에 기초한 약선요리를 시작으로 궁중요리, 전통요리, 떡 등 다양한 한식을 섭렵한 그는 일본에서는 한국 요리전도사로 불린다. 지난달 말 서울 서초동 aT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푸드앤드테이블웨어박람회’ 참석차 서울에 온 조원장에게 한국요리에 빠져 살아온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와의 인터뷰는 aT센터에서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일본에서 한국요리를 가르치는 ‘떡선생’으로 잘 알려진 조선옥 원장은 “한국 요리의 맛은 엄마의 맛”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의 한국 요리법을 배운 일본의 젊은 남녀들이 일본 전국에서 한국요리집을 개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떡선생’으로 소개가 됐던데.

“인터넷 포털 떡카페에서 한국 떡 만들기와 한국 전통차 조리법을 소개하고, 약선요리를 전하던 중이었다. 몇 년 전 NHK TV에 출연해 방송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아침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아침 밥상을 소개했다. 단색 계통이 주류인 일본 가정의 아침 밥상과 달리, 형형색색의 한국 아침 밥상을 소개하곤 한다. 밥 먹기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식단을 주로 소개했다.”

―외국에서 한국요리 전문가로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도쿄 중심가 롯폰기에서 약선요리(식자재 자체가 약재라는 의미) 전문점을 시작할 때였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식자재를 준비해 8시 쯤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이면 이미 요리 준비를 끝낸다. 주로 일본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한국의 약선요리를 어떻게 조리하는지 자주 묻는다. 그 시간들이 힘들고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우리 전통 요리를 일본인들에게 전수한다는 것이 뿌듯했다. 행복한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요리집을 계속할까 아니면, 요리 전수에 몰두할까 고민했다. 돈 벌자고 한 게 아니었으까…. 단순하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전수하는 일이 더 멋지지 않겠나 생각했다.”

―일본 손님들에게 주로 어떤 내용을 들려주는지.

“일본 손님들이 한국음식 맛에 대해 물어오면, ‘엄마손’이라고 답하곤 한다. 한국의 맛은 엄마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다. 엄마손 가운데 가장 맛있는 건 미역국이다. 엄마들이 출산 직후 미역국을 먹는다. 생일 밥상에 늘 미역국이 오르지 않나? 일본 손님들은 대부분 김치 아니면, 지지미, 잡채라고 하지만, 나는 미역국이라고 추천한다. 일본 엄마들도 수긍하더라.”

―일본 음식에는 미역국이 없는가.

“흔히 된장에 미역을 넣은 ‘미소시루’가 있지만, 어머니의 맛을 상징하는 미역국은 없다. 요즘엔 한국의 식문화가 많이 전파되어 있고, 특히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음식이 제대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신선로나 구절판, 연잎밥 등 한국 전통 건강식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일본 분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

―TV 출연해 한국음식의 특징을 어떻게 설명하나.

“첫째는 한국의 음식에는 밸런스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방색(흰색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검은색)의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육류와 야채를 곁들인다. 한국의 어린아이들은 뼈가 튼튼하다고 한다. 5가지 색깔의 음식은 아이들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본다. 똑같은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해도 맛에는 엄연한 차이가 난다. 둘째, 한가지 음식으로도 여러 가지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한국음식은 야채, 육류를 포함한 한 상 차림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한국음식 자체를 약선요리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한국과 일본 간의 조리법이 다르다. 일본 가정에서는 흔히 조리 단계 마지막에 맛을 내거나 간을 맞출 때 간장을 쓴다. 대신 한국이 전통 음식 조리의 경우 소금을 쓴다.”

―음식디미방을 일본에 소개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알려졌는데.

“‘음식 맛을 아는 법’이란 의미의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51종의 술 빚는 법 등 146가지 영남지방 양반가의 요리법이 자세히 담겨있는 요리첩이다. 음식디미방을 만든 이는 장계향이다. 장계향은 350년 전인 1670년(현종 11) 안동 장씨 집안 종손의 며느리였다. 그가 한글로 만든 최초의 음식조리서가 음식디미방이다.

현재 경북 영양 ‘두들 마을’에서 음식디미방 체험관, 장계향의 박물관 등이 세워져 있다. 얼마 전 13대 종손의 종부(70)로부터 음식디미방 요리를 처음으로 전수받았다. 직접 만나 전수받은 것은 아마 내가 처음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장계향의 후손이 사는 경북 영양군 홍보대사에 위촉되었다.”

―음식디미방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인가.

“고구려 사람들이 일본에 정착한 지 1300년이 되던 지난 2015년 3월 27일 도쿄에서 2시간 거리의 ‘고마신사’에서 고구려 음식 재현 행사가 있었다. 신사 관계자로부터 음식을 조리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고구려 음식을 재현하기 위해 2년여 공들였는데, 음식과 우리 고대 역사에 흠뻑 빠져든 시기였다. 그러던 중 장계향에 대한 얘기를 전해듣게 되었고, 두들마을을 한달음에 방문하게 되었다. 고구려 음식과 흡사한 부분이 많음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당시 엄격한 신분 사회 속의 양반가의 며느리였지만 약자를 사랑하는 장계향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언덕 위에 올라가 연기가 나오지 않는 집을 발견하면, 그 집 사람을 불러다 일을 시키고 양식을 주곤했다. 병자호란 때는 도토리죽으로 병사들을 먹였고, 집안의 노비들에게 직접 죽을 만들어 먹이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장계향의 음식이 건강식이었다, 그야말로 현대에 맞는 약선요리였다. 천연의 효소와 조미료를 쓰는 방식이 내가 추구하는 요리법과 흡사했다. 전통의 재발견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음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본에 가서야 한국음식의 맛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우리 맛의 독특함일 것이다. 매운맛뿐만 아니라 한국의 맛을 느끼게 되면 푹 빠진다. 한국음식이 좀 짜고 자극적이라지만 건강을 해칠 만큼 짜거나 자극적이진 않다. 매콤달콤한 한국 요리는 미각을 자극하는 묘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한국요리를 배우는 일본인 젊은이들이 많다는데.

“한식요리를 연구하고 따르는 일본인 젊은 제자만도 100여 명에 이른다. 나를 거쳐 한국 요리법을 전수받은 일본 분들은 많다. 10여년 전 김치 교실을 열었는데 78세의 교포 할머니가 찾아와 김치를 담그는 법을 처음 배워갔다. 그분은 ‘김치를 배우면서 어떻게 하면 맛있는 김치가 되어가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앞으로 계획은.

“한식을 전공한 일본인, 재일교포 젊은이 등이 음식디미방 요리를 선보이려 서울국제푸드그랑프리 행사에 참가차 서울에 왔다. 올 하반기에 도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식디미방 요리강좌를 열고, 연말에는 일본어로 번역한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일한농수산식문화협회를 통해 1급부터 4급까지 ‘한식소믈리에’ 자격 과정을 만들 것이다. 지난 2월에는 경북 영양군과 ‘음식디미방 세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국가문화재 지정과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조선옥은
△1967년 전북 김제 출생 △1991년 도일 △2012년 (사)일한농수산식문화협회 회장 △2014년 ‘한바람’ 회장 △(사)재일한식넷 부회장 △조선옥요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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