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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처럼 처음부터 ‘최저임금’ 운운하는 사람 받지 않으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세요.”

대학 3학년 때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으려고 찾아간 편의점 사장이 한 말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힘겹게 가정을 꾸려가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 찾아간 일자리였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신중하게 작성해 사장에게 건넸다. 서류를 훑어본 사장은 툭 던지듯 “급여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최대 관심사였던 것 같다. 공손하게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대답하자마자 그의 표정이 화가 난 듯 일그러졌다.

‘최저임금’을 입밖에 꺼낸 탓에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만 받고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떨어뜨리니 별꼴 다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씩씩거리며 편의점을 나섰다. 그러나 일자리를 구하러 찾아가는 편의점마다 같은 질문을 하니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

결국 다른 얘기 않고 “처음 시작하는 거니 다른 사람들이 받는 정도면 됩니다”라고 ‘강조’해 채용됐다.

해당 편의점 사장은 자연스럽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했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세상이 정해진 원칙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어쩔 수 없는 타협을 몇 차례 반복하며 더 나은 조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그렇게 번 ‘쥐꼬리 급여’로 학원을 다니며 ‘취업 스펙’을 쌓았다. 경제적으로 쪼들린 채 사는 것은 일상이었다. 

또래의 많은 청년이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만 해도 모자랄 판이나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취업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소한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며 나라에서 정해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를 보면 그런 노동자가 280만명이나 된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정부와 사용자단체 간 줄다리기를 거쳐 조금씩 오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명목상 숫자에 불과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장 등록금과 생활비, 학원비 등을 마련하느라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그날은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실현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도 많다.

어찌 됐든 최저임금은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거나 그 이상인 시대가 열린들 ‘그림의 떡’에 불과한 현실이 여전하다면 시간제 노동자들은 ‘삶의 허기’ 탓에 더욱 기운이 빠질 것이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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