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계획을 밝히면서 닻을 올렸다. 당시 세계적 도시인 서울에도 수준 높은 오페라 전용극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서울시는 274억원을 들여 노들섬을 사들이고 유럽의 오페라하우스를 연구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바통을 이어받아 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하는 ‘한강예술섬’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자 사업이 중단된 데 이어 이번에 사업 백지화가 확정됐다.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논쟁은 초기부터 뜨거웠다. “관람료가 1만원이 안 되는 영화도 보기 어려운 서민이 많은데 수십만원 하는 고가 오페라극장이 말이 되느냐”는 반발이 많았다. 반면에 “서울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긴 안목의 문화인프라 투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백지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한 인사는 “설계비 등 277억원을 공중에 날리게 됐다”며 “정당과 진영을 뛰어넘는 문화인프라 구축은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10여년간 서울시 공무원이나 관련 인사들이 유럽의 오페라하우스들을 직접 둘러보며 쌓은 노하우를 잘 간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의 수도에 걸맞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추진돼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시가 사업을 접은 데는 타당성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정치적 판단에 무게가 실린다. 예술을 정치 논리나 표로 계산해선 안 된다. 서울시의 오페라하우스 백지화가 아쉬운 이유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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