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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법조계에서 뜨는 '위대한 반대자'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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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2 14:25:20 수정 : 2017-06-22 14: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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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조재연(61) 변호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1841∼1935·사진)를 꼽은 사실이 알려지며 홈즈 대법관에 이목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해 국회 임명동의만 기다리고 있는 김이수(64) 헌법재판관 역시 ‘한국의 홈즈’로 불리는 등 요즘 한국 법조계에 홈즈 열풍이 부는 모양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1980년 6월 제2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뒤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기자의 물음에 당시 24세의 법학도이던 조 변호사는 서슴없이 “올리버 웬델 홈즈 대법관”이라고 답했다. 미국 헌법에는 사법부의 위헌법률심사권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데 홈즈 대법관이 “위헌법률심사권은 대법원에 있다”고 명쾌하게 선언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또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홈즈 대법관을 가장 존경하는 법관으로 소개하며 “용기있는 반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홈즈 대법관은 현직 시절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진보 성향의 반대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소수의견이긴 했지만 그의 의견은 향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기준으로 상당수 수용되었다. 홈즈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반대자(the great dissenter)’로 칭송받는 까닭이다.

실제로 조 변호사는 판사 시절 판사 여러 시국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남겼다. 전두환정부 때인 1985년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민중달력’을 만들어 배포한 이들에 대해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자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기각했다. 야당 의원들의 국회 발언을 모은 ‘민주정치1’이란 책을 펴냈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즉심에 회부된 출판사 대표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반골 판사’로 불리기도 했다.

김 헌재소장 후보자도 종종 홈즈 대법관과 비교되곤 한다. 2014년 헌재가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옛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해산 결정을 내렸을 당시 유일하게 해산에 반대하는 등 헌재에서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내는 재판관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정진 박성구 변호사는 “김 재판관을 미국의 홈즈 대법관과 비교해 보고 싶다”며 “홈즈가 대법관 재직 동안 무려 175번이나 반대의견을 냈는데, 더 중요한 건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반대의견이 대부분 다수의견이 됐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은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합헌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헌으로 판단되는 것이 법의 현실”이라며 “역사란 이런 반대자들의 노력에 의해서 발전되어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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