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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다른 건 몰라도 더운 건 못 참죠"…'꿀알바' 구하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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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7 01:11:19 수정 : 2017-06-27 07: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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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더운 건 못 참죠.”

대학생 A(26)씨는 지난주부터 수시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일자리가 올라왔지만 A씨가 보는 조건은 단 하나, 실내근무가 가능하지 여부였다. 더위를 많이 탄다는 A씨는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사무보조 등 알바를 구하고 있다. 그는 “이왕이면 시원한 곳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실내에서 일하는 이른바 ‘꿀알바’는 인기가 많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성큼 다가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이왕이면 몸이 편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꿀알바’는 구하기가 영 쉽지 않아서다. 경쟁률이 웬만한 기업 입사 못지 않게 치열해지면서 알바 구직 실패로 패배감을 느끼는 일도 적지 않다.

27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의 알바생 9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3.4%가 ‘올 여름 알바를 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4.7%가 올여름 ‘목표’로 알바를 첫손에 꼽았다. 이어 국내여행(14.9%), 외국어공부(14%), 스터디 등 취업준비(13.4%) 순이었다.

특히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실내에서 근무하는 직종이 인기다. 같은 조사에서 알바를 지원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위치(13.6%)나 업종(11.2%) 등 조건보다 시급(34.5%)과 냉방 여부(23.1%)가 우선이었다. 대학생 최모(24·여)씨는 “무더위에 바깥에서 일하는 경우만은 피하고 싶다”며 “사무보조 등 실내 알바를 구하고 있는데 시간과 조건이 맞는 곳이 많지 않다”고 했다.

보통 커피전문점이나 호텔·리조트, 관공서 등이 청년들 사이에서 꿀알바로 꼽히는데, 경쟁률이 웬만한 회사 못지 않다고 한다. 지난주 온라인에 커피전문점 알바생 구인글을 올린 A씨는 “1명 모집하는데 3일이 채 지나기 전에 문의가 20회가량 왔다”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글을 바로 내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단순 이력서 이외에 학력과 나이, 어학능력 등을 묻는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원자들로부터 짧게 자소서를 받았다는 A씨는 “과거에는 무조건 오래 일할 사람을 뽑았다”면서도 “요즘은 워낙 지원자가 많으니 (짧게 일하더라도) 학벌이나 외모 등 조건이 좋은 지원자를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알바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좋은 조건의 알바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아예 3D업종으로 꼽히는 택배 물류센터, 인형탈 알바, 이삿짐센터 등 ‘극한 알바’들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상대적으로 채용이 쉬운데다 몸이 고되더라도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 업계에 따르면 과거 젊은 세대에서 기피되던 공장 알바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인터넷 포털 등에는 공장일에 관한 문의나, 지방 소재 기숙형 공장 알바를 위해 이른바 ‘알친’(알바친구)을 구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의 한 공장에서 일한 김모(23)씨는 “낯선 곳에서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처우나 생활면에서 여러모로 낫다”며 “요즘에는 공장에도 사람이 몰려 아무나 다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알바 구직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학벌, 영어점수 등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기업 입사시험이면 몰라도 알바에서 떨어지면 ‘뭐가 문제지’하는 자괴감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알바 탈락문자는 차라리 안오는 게 낫다. ‘다른 분이 채용됐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라고 답장이 왔는데 자괴감이 대단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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