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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J노믹스’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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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6 00:31:03 수정 : 2017-07-06 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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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확충 속 과감한 구조개혁 필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대공황으로 시장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재정을 활용한 수요 창출을 치유책으로 제시했다. 이후 그의 유효수요 창출 이론은 경기 침체에 빠진 나라들의 단골 처방전으로 활용됐다. 국가가 재정이라는 마중물을 부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새로운 수요가 창출돼서 침체에 빠진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실제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있는 것으로 입증되자, 각국 정부는 수시로 케인스 처방전을 꺼내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J노믹스)도 그 뿌리는 케인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바마정부가 의회에 보낸 1호 법안이 경기부양법안이었다. 대량 실업으로 소비할 여력이 없는 국민 대신 정부가 돈을 풀어서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가 돌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미국판 추가경정예산안이었다. 야당인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지출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고 증가 일로인 재정적자만 키운다”고 주장했지만, 오바마와 집권 민주당은 부양정책을 밀어붙여 집권 8년 동안 소방관과 경찰관, 교사 같은 공공 일자리를 늘렸다. 소득·자산 양극화 해소를 통한 중산층 복원,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이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국가 부채는 늘었지만 경기는 살아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에 육박했던 실업률은 지난달 16년 만에 최저치인 4.3%까지 떨어졌다.


조남규 경제부장
J노믹스도 그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퀀텀점프(대약진) 시키려면 구조개혁이라는 쓴 약을 피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오바마의 재정투입에 기업가의 혁신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성장 지체병에 걸려있던 영국과 독일은 구조개혁 수술을 통해 회생했다. 친노동자 정당인 독일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구조개혁법안 통과에 총리직을 거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슈뢰더와 사민당은 정치감각이 무뎌서 노동개혁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다. 그 여파로 슈뢰더와 사민당은 정권을 내줘야 했지만 독일은 살아났다. 국익을 당리당략에 우선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경제를 살려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들 선진국의 구조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수십년 동안 촘촘히 구축해온 사회안전망이었다. 일자리 상실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에서는 구조개혁의 진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산·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에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타협을 이끌어 내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주거, 보육 등 국민의 기본적 복지 수준을 높이고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J노믹스의 지향점은 과녁을 제대로 겨냥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비전 2030’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로드맵이었다. 이 로드맵이 폐기되지 않고 이명박정부로 계승됐다면 박근혜정부의 구조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한국의 보수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미래가 걸린 구조개혁 과업은 ‘비전2030’을 제시했던 정부의 계승자에게로 넘어갔다.

조남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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