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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로읽는세상] 진정한 소통을 위한 조건

관련이슈 황영미의 영화산책 , 오피니언 최신(구)

입력 : 2017-07-06 21:23:13 수정 : 2017-07-31 14: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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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말은 ‘사람 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 사이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다양한 소통 경로가 있는 이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소통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한 공감적 경청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청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해 주는 것’이다. 별반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막상 공감적 경청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아카데미 음향편집상 수상작인 ‘컨택트’(감독 드니 빌뇌브)는 시간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공상과학(SF)영화지만 특히, 소통에 관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외계 비행체의 지구 도착으로 인해 빚어지는 접촉과 소통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원래 ‘도착’(Arrival)이라는 제목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컨택트’로 번역해 ‘접촉과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외계 비행체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12개 지역에 나타나게 되자 미 육군 장교인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애덤스)를 찾아와 외계인의 언어를 번역해 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파악해 달라고 한다. 그녀는 외계 비행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물리학자인 이안 도널리(제러미 레너)와 동료가 돼 헵타포드라는 이름의 외계인과의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외계인과의 언어소통은 세계평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임무가 된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헵타포드와 소통하기 위한 루이스의 노력은 감동적이다. 고대문자까지 적용해가면서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를 갖고 매일 쉘이라고 불리는 긴 조개 모양의 외계비행체에 방문하고, 헵타포드와 루이스팀은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기 시작한다.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긴 후 겨우 소통이 될 만큼 루이스의 언어 해석이 진행됐지만, 언어 해석의 나라 간 차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헵타포드의 대답인 ‘무기를 제공하다’를 단순한 무기라고만 해석하는 다른 나라들은 쉘을 격파하고자 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체계로는 무기와 도구를 구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외계인을 위협적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소통되지 않는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의 사고까지 이해가능하게 된 루이스는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 쉘은 지구를 떠나게 된다.

쓰임새에 따라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무기가 되기도 하는 칼을 생각해 보면 언어가 가지는 양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칼을 무기라고 의미하고 말했는지, 도구라고 의미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대응한다면 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상대방 말의 동기나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을 위한 기본 조건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분석하기 위한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 우리가 타자와의 소통을 위해 저토록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반성이 저절로 든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면 ‘불통의 시대’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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