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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인형도 성형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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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1 01:34:05 수정 : 2017-07-11 01: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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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짜리 원더우먼, 5000달러에 낙찰 / 용모가 사회생활 필수조건 되어선 안 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원더우먼의 주인공 갤 가돗.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인형이 한 경매에 올랐다. 팔린 가격은 약 5000달러. 우리 돈으로 580만원이었다. 유명 완구 혹은 명품 디자인 회사가 제작한 인형이 아니었다. 슈퍼마켓에서 10달러 정도에 팔리던 대량생산된 공산품 인형이었다. 값싼 인형이 고가에 팔리게 된 것은 ‘성형’ 때문이었다. 사출기에서 어설프게 찍어낸 인형에 예술적 감각을 입힌 작품이었다.

‘리페인팅 아트’ 전문가인 노엘 크루즈의 작품이었다. 값싼 인형의 얼굴에 덧칠을 해서 실제 배우의 모습과 꼭 닮은 인형을 만드는 예술이다. 대충 만들어진 인형에 수작업으로 생명감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세밀한 붓, 면봉 등을 이용해 배우나 캐릭터의 얼굴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때로 인형의 머리카락을 다시 채색하고 의상을 손보기도 한다. 정교한 작업이기에 인형 하나를 성형하는 데 보통 1주일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경매시장에서 수백만 원에 팔린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크루즈의 취미는 그림 그리는 것이었다. 인형을 수집하는 아내를 보면서 인형 성형의 아이디어를 냈다. 유명 연예인의 인형이 실제와 너무나 다르다는 안타까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는 이제 이 분야의 세계 최고로 불린다. 크루즈의 작품은 실제 배우의 얼굴보다 더 생생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을 가진 아티스트로 불린다.

크루즈의 인형 성형은 예술과 비즈니스의 결합이다. 홈페이지도 개설돼 있고, 작품의 경매 사이트와도 직접 연결된다. 어린이 감성과 취향을 가진 키덜트(kidult)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런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키덜트 관련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 할인 생활용품 매장에서 구입한 인형을 성형하고 리모델링하는 취미가 확산하고 있다. 동아리도 있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형뽑기방이 유행하면서, 뽑은 인형을 ‘성형수술’한다는 온라인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인형성형수술, 인형수술 잘하는 곳, 인형성형외과 등의 해시태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산업과 취미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 그리고 예쁜 인형을 갖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지나치게 팽배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다. 지나친 성형 문화가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했다. ‘성형 한국’이라는 주제로 여러 외국 매체가 우리의 실상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시민단체인 녹색건강연대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2.7%, 중·고생의 75% 정도가 색조화장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도 화장을 하려고 하는 우리의 사회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용모가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채용 지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했다. 적절한 조치다. 외모의 편견을 걷어내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실력이 평가받아야 한다. 면접에서도 외모가 아니라 태도와 능력이 더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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