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인 음력 4월8일은 불교 최대 명절이다. 신도들은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연등회, 탑돌이 등을 한다. 불교계에선 이날을 ‘부처님오신날’ 또는 ‘4월 초파일’로 부른다. 나라에서는 ‘석가탄신일’이라고 한다. 1975년 대통령령으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이 이름을 달았다. 불교계는 이때부터 부처님오신날로 바꿔줄 것을 요구해왔다. 석가는 샤카족 이름의 한자 표기이고, 부처님오신날이 한글화 추세에 맞다는 게 그 이유다.
인사혁신처가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바꾸는 내용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내년부터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꿔 부르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다. 이제라도 고치는 게 마땅하다. 불교계에선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명칭으로 삼는데 관공서에선 석가탄신일로 부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해인사 법보전 주련(柱聯·기둥에 써붙인 글귀)에는 이런 법문이 걸려 있다. “부처님 계신 곳이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있는 바로 그 자리!” 법정 스님은 “이 주련을 대할 때마다 내 마음에 전율 같은 것이 흘렀다. 종교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설 자리가 어디인가를 소리 높이 외치고 있었다”고 했다. “모든 중생의 본성은 불성이다”라는 ‘법화경’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붓다에게 기도할 때는 바로, 우리 자신의 불성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을 되새기게 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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