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갑질’ 의혹으로 구속됐다.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매하면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치즈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5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일탈로 업계의 심경은 복잡하다.
일부 회사 때문에 업계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졌다는 억울한 심정과 매출이 줄거나 당국의 조사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취임식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대한 감독 강화 방침을 밝혔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공정위는 새 위원장 취임 직후 가격을 올린 BBQ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해 업계에 경고장을 던졌다. 최근에는 예상 매출액을 부풀려 가맹점을 모집한 릴라식품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잔뜩 움츠리는 건 공정위의 ‘칼’ 때문만은 아니다.
검찰, 국세청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집권 여당의 기류에 발맞추는 움직임이 뚜렷한 탓이다.
검찰은 현재 프랜차이즈 본사·오너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간의 각종 고소·고발 사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도 프랜차이즈 회사 중 가족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불·탈법이 만연돼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A사 대표는 “일부 오너들의 일탈로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국세청 등 국가 ‘3대 권력기관’이 프랜차이즈 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모두가 감독 당국의 칼날을 맞을까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프랜차이즈 회사의 비위 행태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순기능까지 덮어버리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73개, 가맹점은 21만8997개이다. 가맹점은 지난해에만 1만개 넘게 생겼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1977년 림스치킨이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40년 만에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1999년 45조원에서 20년이 채 안 돼 두 배로 커진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도 같은 해 55만명에서 지난해 약 130만명으로 급증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국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음을 뒷받침하는 수치들이다.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추가 고용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상당수가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물론 프랜차이즈 성장세에 가려진 잘못된 ‘갑질’ 관행은 차제에 근절돼야 한다. 그렇다고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휘두르듯’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를 상대로 하는 작금의 분위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베이비붐 세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의 ‘꿈’까지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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