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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작지만 큰 기술 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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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2 23:26:40 수정 : 2017-07-12 23: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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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입자는 표면적 극대화한 가루 / 유해성 문제로 실용화에 어려움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에 글로벌 제조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냈다. 1등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와 IM(IT·모바일)부문에서도 큰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나노기술(NT)이 없었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호황이 가능했을까.

나노는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과학기술 용어가 됐다. 나노는 작은 수의 단위를 나타내는 접두사로, 10억분의 1을 나타낸다. 즉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를 말한다. 이 크기는 원자가 10개 정도 일렬로 배열할 때의 길이가 된다. 나노과학은 원자나 분자가 결합해 수 나노미터에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수준에서 보여주는 과학적 현상을 말하고, 이러한 크기에서 나타내는 과학적 현상을 여러 기술분야에 활용한 경우 NT라고 한다. 1990년대 이후 선진국의 학자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있었고, 나노라는 이름이 붙여진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나노과학은 1980년대 중순 ‘풀러렌’이라고 불리는 60개의 탄소원자로만 이뤄진 구 모양의 분자가 인공적으로 합성된 이후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나노 과학과 기술은 만드는 방식에 의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보텀업’이라고 불리고 원자를 하나하나 조립해 나노 크기의 물질을 만드는 방식으로 ‘양자점’ 또는 ‘나노입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나노입자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톱다운’이라고 불리는데 큰 덩어리의 물질에 수십 나노미터 정도 굵기의 선들을 새겨서 만드는 방식으로서 반도체나 메모리의 회로집적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나노 크기의 물질은 두 가지의 특별한 성질을 갖게 된다. 하나는 ‘표면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떠한 물질 덩어리가 구로 만들어질 때 같은 부피에서 가장 큰 표면적을 갖게 된다. 물질들은 반응이 일어날 때 서로 닿는 면적이 클수록 반응이 잘 일어나기에 반응이 잘 일어나게 하기 위해 물질의 표면적을 크게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루를 만들면 덩어리로 있을 때보다 표면적이 커지고, 가루도 입자를 더 작게 만들면 반응성이 좋아진다. 나노입자는 표면적을 극대화한 가루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양자효과’라고 불리는 것으로, 나노 크기 정도의 입자는 원자 크기 수준에서 나타나는 양자효과를 보인다. 양자효과는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와 상관없이 입자의 크기에 따라 흡수와 방출 에너지가 달라진다. 이를 응용한 것이 ‘양자점’으로 입자의 크기에 따라 방출하는 형광빛이 달라지는데, 이를 활용해 삼원색을 발광할 수 있게 해 양자점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NT는 ‘나노 머신’이라고 불리는 작은 크기 정도의 작동하는 기기를 만들 수도 있는데, 알약과 유사한 내시경이 만들어져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내시경에는 장에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모터와 내장을 촬영해 전송하는 각종 부품이 들어 있는데, 나노 수준에 접근할 정도의 작은 크기 부품으로 구성된다.

아직 이러한 분자 나노 머신은 없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작동하는 분자 머신이 만들어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기에 미래에는 공상과학영화 ‘이너스페이스(Innerspace)’에 나오는 것과 같이 몸속을 돌아다니는 나노 머신이 실현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문제는 NT가 처음 제안되고 30년이 지난 지금, 처음 예상했던 바와 같이 실용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나노입자의 유해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쯤 국내 대기업에서 은나노세탁기를 출시하면서 인기품목이 됐다. 그러나 이 은나노세탁기가 해외에 수출됐을 때 미국 등 몇 나라에서 은나노의 살균력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제 나노입자가 더 많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유해성에 대해 더욱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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