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산업이 공공의 적이 되고 악의 축이자 갑을관계의 원흉이 돼 버렸다. 여론의 분노 게이지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지금은 서민경제를 좀먹는 원흉으로 새 정부의 청산 대상 1호가 돼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과연 성추행 사건, 횡령과 배임, 부당 내부거래 등의 문제가 프랜차이즈만의 문제인가. 갑을관계 문제가 프랜차이즈 산업에 국한된 부조리인가.
프랜차이즈라는 시스템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유기적인 관계는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구분된다. 이러한 문제는 프랜차이즈 갑질과 가맹본부의 횡포와 착취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든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착취 시스템이라면 프랜차이즈 브랜드 4000개 시대, 가맹점 20만점 시대가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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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경영학 |
갑을관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가맹점의 알바와 점주의 갑을관계, 점주와 가맹 본사의 갑을관계, 가맹본부와 대기업의 갑을관계 등이 층층이 쌓여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 차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권위적인 사회문화 등이 얽혀 거대한 갑을 공화국이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갑을관계 사다리의 구조적인 전체를 보지 않고 특정 단계를 현미경으로 보고 이를 갑을관계의 전체인 양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관계와 최저임금 문제를 알바와 가맹점주·자영업자의 갑을관계 이슈로 보고 갑을관계 청산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거대한 사회적 갑을관계 사다리의 하부구조일 뿐이다. 프랜차이즈를 때려잡아 을을 보호하자는 갑을관계 사다리의 한 단계만 보는 근시안적인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프랜차이즈산업을 때려잡는다고 사회에 만연돼 있는 고질적인 갑을관계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매우 사소한 것을 일컬음)의 우를 범하지 말고 좀 더 차분하게 사회구조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기 바란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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