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명(가운데)이 지난 6월28일 전국종별복싱선수권 남자 대학부 56㎏급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대한복싱협회 제공 |
복싱 선수들은 실제로 거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소년원 출신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미국)을 비롯해 숱한 영화에서도 문제아들이 복싱계에 뛰어드는 경우가 자주 묘사된다. “본인의 학창시절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함상명은 “사고뭉치였다. 심각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계속 걸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공부 쪽은 부모님도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복싱을 시작하는 데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내가 택한 길을 존중해 주셔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함상명은 경기 군서중 복싱부에 들어가면서 적성을 제대로 찾았다. 처음으로 나간 전국대회에선 1회전에서 탈락하며 쓴맛을 봤다. ‘주먹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꿈이 초장부터 박살 난 셈이다. 다행히도 소년체전 중등부에서 생애 첫 승을 따내며 자신감을 찾았고, 경기체고 1학년 때인 2011년 세계복싱주니어선수권에선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열아홉 살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승승장구했다.
현재 용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함상명은 도쿄 올림픽에서 기량을 만개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도쿄 대회까지 스케줄이 빠듯해 쉴 틈도 없다. 당장 20일부터 대한복싱협회 회장배 전국복싱대회가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여기에 11월에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전이 기다린다. 함상명은 “학교 기숙사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숙소의 2층 침대가 2개인데 양쪽 손잡이를 잡고 쉴 때마다 턱걸이와 복근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많아 기량을 유지하려면 훈련을 쉴 수 없다”고 밝혔다.
함상명은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 복서’로도 유명하다. 대학 졸업반인 그는 실업팀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셋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에게 ‘우리 집’을 선물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실업팀을 가야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부터 돈을 차곡차곡 모아 보겠다. 물론 도쿄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한층 더 좋은 집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 지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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