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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거고시하(居高視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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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7 22:28:34 수정 : 2017-07-27 22: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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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승패는 유리한 장소를 먼저 차지하는 데서 결판나곤 한다. 지형지세 선점이다. 중국 전국시대인 기원전 270년 진군(晉軍)이 알여(산서성 서북쪽)를 포위했다. 알여를 구하러 간 조(趙)나라 장군 조사에게 한 부하가 “북쪽 산을 차지하는 쪽이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건의했다.

조사는 즉시 군사를 보내서 고지를 점령했다. 진군 역시 그 고지를 제압하려 했으나 한 발 늦어 실패했다. 결국 고지를 점령한 조나라가 진나라에 압승을 거뒀다. 동서고금 전쟁사가들은 고지 선점이 승리에 유리한 점으로 첫째, 적군을 먼저 제압하는 데 유리하고 둘째, 적군의 접근이 어려우며 셋째, 양호한 전망으로 인해 향후 전술을 펴기에 좋은 점 등을 꼽고 있다.

고지 점령의 중요성이 이렇기에 명나라 중기 서호일사(西湖逸士)라는 필명을 지닌 하수법(何守法)이 편찬한 ‘투필부담(投筆膚談)’은 “고지를 선점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승리의 기본(居高視下 可勝之基)”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6·25전쟁은 3년여 지속됐다.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북한·중국 사이에 체결된 한국전 휴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휴전을 앞두고 쌍방 간 고지 선점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휴전선 246㎞ 능선과 계곡은 시산혈해를 이뤘다. 국토와 민족은 분단됐고 64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호전성을 버리지 못하는 북한은 선군주의에 매몰돼 주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북한은 군사비에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이 1∼2 % 정도에 불과하다.

‘손자’는 “숫자 많다고 군대가 좋은 게 아니다. 오직 무력만을 믿고 전진해서는 안 된다. 생각 없이 인원만을 믿고 상대를 가볍게 여기면 반드시 상대에게 사로잡히게 돼 있다(兵非益多也 惟武無進 無慮而易敵者 必擒於人)”고 경책했다. 손자는 우리에게도 가르침을 주고 있다. “폭도를 토벌하고 사악한 자를 처단하는 것은 백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伐暴誅邪保國民).” 평화통일을 위한 내치와 국제환경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조성하는 ‘현대판 고지 선점’에 힘써야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居高視下 : ‘고지를 선점해 아래를 내려다봐야 이길 수 있다’는 뜻.

살 거, 높을 고, 볼 시, 아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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