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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하노이 참사’를 가슴에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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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2 00:04:08 수정 : 2017-08-02 0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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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戰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 / 월드컵 본선 진출 견인할 장본인 /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마음가짐 / 투지 없으면 감독 교체 소용없어 1980년대 국내 프로축구를 호령하던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바로 태국의 피아퐁이다. 그는 럭키금성 소속으로 1984∼1986년 3시즌 동안 43경기에서 18골6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특히 1985년에 21경기에서 12골6도움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리그 득점왕, 도움왕, 베스트11을 차지했다. 럭키금성은 그의 활약으로 그해 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1983년 시작된 K리그에서 동남아시아 선수는 그가 유일했고 더 이상은 동남아시아 선수를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동남아시아 축구선수들의 기량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피아퐁 이후 30년 만에 피아퐁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K리그에 동남아시아 2호 선수가 뛰어들었다. ‘베트남의 박지성’이라 불리며 국민적 칭송을 받는 쯔엉(22)이다. 그는 23세 이하 대표팀 주장을 맡은 베트남 최고의 유망주로 자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2015년 12월 베트남 리그의 호앙 아인 지아 라이(HAGL)에서 뛰던 쯔엉을 임대형식으로 K리그에 데려왔다.

최현태 체육부장
사실 인천은 그의 실력보다 마케팅 효과에 더 무게를 뒀다. 재정기반이 취약한 인천은 쯔엉이 K리그에서 뛰게 되면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실력이 문제였다. 쯔엉은 K리그 데뷔 시즌 고작 4경기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인천은 지난해 7월 활약이 미미한 쯔엉을 재임대 형식으로 프로축구 챌린지(2부리그) 충주 험멜로 방출하려다 친정팀 HAGL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 쯔엉에게 손을 내민 곳이 강원 FC다. 강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출신인 이근호, 정조국, 황진성, 오범석 등을 대거 영입하면서 쯔엉까지 데려왔다. 물론 마케팅 효과를 노린 복안이다. 하지만 쯔엉은 이번에도 23경기 중 2경기 출전에 그쳤을 정도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의 영웅 쯔엉의 실력은 베트남이 처한 축구 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3위인 축구약소국이다. FIFA 랭킹 51위로 월드컵 본선에 8회 연속 진출한 한국 축구와는 너무나 격차가 크다. 한국과 베트남의 국가대표팀 간 역대 전적은 26전 18승 6무 2패로 한국이 압도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30일 K리그 올스타팀이 베트남 동남아시안(SEA) 게임 대표팀과의 해외원정 친선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무릎을 꿇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축구팬들은 ‘하노이 참사’, ‘한국 축구의 흑역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K리그를 베트남에 알리겠다며 9년 만에 해외 원정경기를 기획했지만 망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

올스타전이 경기 승패와 관련 없는 친선경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23세 이하(U-23) 선수들로 구성됐고 한국팀은 그야말로 K리그를 호령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전 패배는 ‘굴욕’이다. 이날 K리그 최고연봉(14억6846만원)을 받는 김신욱 앞에서 연봉 5000만원에 불과한 쯔엉은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물론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선수들은 찜통더위 속에서도 주중 경기를 소화하느라 피로가 누적됐다. 또 2일 주중 경기를 앞두고 있어 체력안배가 필요했다. 더구나 경기 이틀 전 소집돼 1시간가량 손발을 맞춰본 것이 전부다.

문제는 이날 뛴 대부분의 선수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선수라는 점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차로 쫓기고 있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축구는 계속된 졸전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새 사령탑에 올려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선수들의 투지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감독이 바뀌었다고 달라질 게 없다. 이제 이란과의 경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참사를 안기지 않도록 한국대표팀은 ‘하노이 참사’를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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