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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상 높은 인기 동력 삼아
국정 실험·과속하는 문 대통령
브레이크 없어 독선·독단 우려
국가 안보는 흔들려선 안 돼
수면은 5단계로 나뉜다. 4단계는 아주 깊은 잠. 마지막은 두뇌 활동이 활발한 역설수면이다. ‘6단계’가 존재한다면. 뇌 활동이 극대화된다. 꿈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잠’에 나오는 얘기다. 죽음과 경계한 6단계 수면의 ‘비밀’을 푸는 게 골자다. 단서는 ‘복어 독’. 돌고래는 바닷물에 풀린 복어 독의 냄새를 맡으며 황홀경에 빠진다. 마약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복어 독을 희석해 쓰는 게 6단계 잠의 팁이다.

지지율도 중독적이다. 과하면 취하고 추락할 수 있다. 집권 초 지지율 64%를 기록하며 잘나갔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두 달만에 지지율이 42%로 곤두박질했다. 폭발적 인기에 도취된 ‘제왕적 정치’ 탓이다. 국방예산 삭감과 노동·세제개혁 과정에서 반대를 찍어누르는 권위주의적 태도로 일관했다. 개혁 조급증으로 국정을 일방통행식으로 운영했다. 한때 70% 지지율을 넘나들며 지난 4년여 동안 ‘1강’으로 군림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지금은 20%대 지지율로 사퇴 압력에 처했다. 화근은 자신과 아내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나 위기는 이전부터 싹텄다. 아베는 국민 지지만 믿고 독단적 정책을 강행했다. 비판적 언론과 야권을 억눌렀다. 지지율 중독에 의한 ‘오만’이 위기의 근원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오만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는 ‘휴브리스(Hubris)’다. 기원전 472년 아테네에서 ‘살라미스 해전’을 다룬 비극 ‘페르시아인들’이 상연됐다.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그리스 승전 대신 페르시아 패전의 쓰라림을 그렸다. 그리스인에게 오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페르시아인들’에서 패전국 왕의 아버지 다리우스는 아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한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휴브리스를 제어하는 방법을 반드시 수련해야 한다.”(배철현 서울대 교수 번역)

‘휴브리스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성공한 권력자의 자아도취적 증상이다. 자신이 법인 듯, 진리인 듯 행동한다. 영국 의사 출신 상원의원 데이비드 오언의 진단이다. 지난 100년간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연구했다고 한다.

문재인정부가 질주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등. 위험한 국정 실험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독주의 원동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77%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떤 전임자보다 철저하게 지지율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오는 지지율 보고서를 직접 챙겨보고 있다”고 여론조사 전문가가 전했다. 대통령의 소탈, 소통을 부각하는 이미지 정치는 치밀하게 연출되고 있다. 시민과 사진 찍고 김연아·유지태와 함께하는 지도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미지 정치와 ‘박근혜 기저효과’, 견제 세력 부재가 맞물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견고하다”고 했다.

70% 이상은 ‘제왕적’ 지지율이다. ‘국민의 뜻’을 앞세워 뭐든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힘이다. 국회도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하게 만든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일방·편파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제왕적 지지율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국정 독주·실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제 세제개편안 발표로 ‘세금 실험’은 시작됐다. 국내 정책 실패는 피해가 제한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국가 존립과 국민 생명이 걸린 안보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한번 실수가 재앙이 될 수 있다.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4기 추가배치 등을 지시했으나 ‘대화의 끈’도 놓지 않았다.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정부. 국민 의구심과 불안은 쌓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 방식은 집권세력의 선택이다. 단 튼튼한 안보는 좌우를 떠난 철칙이다. ‘안보 실험’은 금물이다. 안 그러면 ‘새로운 나라’라도 필요 없다. 북과 대치한 우리의 지도자는 마크롱, 아베처럼 ‘지지율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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