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법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태극기혁명론’의 논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무죄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4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법리적으로 보면 무죄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재판에서 자신의 뇌물죄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건 맞지만 그 자리에서 삼성그룹 현안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또 정유라씨 지원에 대한 지시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다른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수수가 무죄로 결론나면 국정농단과 관련된 직권남용·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 차원에 속한다는 점에서 유죄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상당수 혐의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특검의 무리한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무리한 탄핵 결정에 대한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차가 선고 끝나는 연말에 태극기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진영이 총결집해 지난해 촛불집회 버금가는 대규모 탄핵무효 집회를 이어가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에선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300여 종의 문건 내용을 공개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이 쉽지 않은 측면을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특검에서 기소한 내용만으로는 뇌물죄 적응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적극 지원한 정황이 담겨 있고 ‘세월호 대리기사 사건 철저히’ 등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수사 개입 의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용 정황 등 국정농단 관련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문건을 공개하고 특검에 자료를 넘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문건에는 △수석비서관회의 내용,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내용,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우병우 등 국정농단 사범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고 그 반대급부를 요구한 수석비서관회의 메모의 경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근무 기간과 겹치기도 한다.
류 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혁신 선언문에도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자성하는 내용을 넣지 않은 대신 ‘광장 민주주의의 위험성,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 침해’란 내용을 넣었다.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광장 민주주의를 폄하한 것이다. 특히 다수의 폭정에 의해 박근혜가 희생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태극기혁명론’은 ‘제2의 탄핵 기각론’과 같이 허무한 결과만 낳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여권에선 기각론이 확산됐다. 일부 헌재 재판관들 보수적인 성향이어서 탄핵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2명이 기각, 2명이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식의 논리다. 한국당은 당시 국회가 탄핵소추안 의결 전에 탄핵사유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론을 폈다.
당시 청와대와 여권은 탄핵심판은 이념 대결이 아니라 헌정 농단의 문제여서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무시한 것이었다.
결국 헌재 재판관 8인은 박근혜 탄핵을 전원 일치 합의로 결정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