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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정치인의 무덤, 駐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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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5 21:31:54 수정 : 2017-08-15 21: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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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中 대사는 영달 위한 권세가의
노리개 되기엔 너무 무거운 자리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측근 임명
韓中관계·국민·본인 모두에 불행
한·중 관계가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좌초됐고, 수교 25주년(24일) 행사는 제대로 치러질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난마처럼 얽힌 양국 현안 해결에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데 문재인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신임 주(駐) 중국 대사에 대통령 측근인 3선 전직 의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두 나라 앞날이 암울하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주중 한국대사 직은 대통령 측근, 정치인의 무덤이다. 대통령 측근임을 내세워 베이징에 보내진 중국 문외한(門外漢)은 차오양(朝陽)구 량마허(亮馬河)외교단지의 초현대식 공관에서 세월만 보내다 돌아오기 일쑤다.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 측근이나 중량급 정치인 출신 주중 대사는 대부분 부임 후 중국 외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1992년 수교 이후 주중 대사로 모두 11명이 부임했다. 노재원, 황병태, 정종욱, 권병현, 홍순영, 김하중, 신정승, 류우익, 이규형, 권영세 전 대사와 김장수 대사다.

대통령 측근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류우익, 권영세, 김장수 3인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류 전 대사는 베이징 중앙 정치를 뚫지 못하고 지방으로 돌았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 전 대사도 겉돌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대사는 부임 전부터 사드와 관련한 비외교적 언사로 중국의 경계를 받았다.

부임 초기 꿈은 컸으나 결과는 초라한 사례들이다. 대중 소식통은 “주중 대사를 자기 경력 관리나 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봤다가는 한·중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나라에 큰 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출신 대사가 올해 부임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는 포기해야겠지만 3년도 안 돼 있을 총선에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일본은 같은 시기(1992년∼현재) 요코이 유타가(橫井裕) 현 대사까지 모두 9명의 주중 대사가 부임했다. 이 중 비커리어(비전문 외교관) 출신은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전 이토추(伊藤忠)상사 회장이 유일하다. 그는 민간 출신 최초의 주중 대사였지만 경제계에 있을 때부터 지중파(知中派)로 분류되던 중국통이다.

대통령 측근의 주중 대사 임명은 결국 특임공관장 자리가 대선 전리품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통령이 업무수행을 위해 외교관 외에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물을 보임(補任)한다는 게 특임공관장제의 취지다.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특임공관장 32명 중 관료 출신을 제외한 순수 민간 출신 14명 전원이 대통령 측근이나 대선 캠프, 인수위, 청와대 출신 인사였다. 이들 중 일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기도 했다. 대선 전인 지난 2월 세계일보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 각 대선 후보캠프에 특임공관장제 개선 의사를 문의했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특임공관장 인사청문회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 후보 측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 임명에까지 비선 실세가 영향을 미친 것은 국격(國格)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인사추천 실명제를 도입해 인사추천부터 결정까지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허언(虛言)이었나. 특임공관장 임명을 투명화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해당 지역과 눈곱만치의 인연이나 지식, 인맥도 없으면서 공관장으로 나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베이징·상하이특파원 출신인 한우덕 차이나랩 대표가 ‘엄중한 시기 주중 대사는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국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관, 기자, 교수 등에게 던졌다. 대답은 대개 중국어를 포함한 중국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식견, 중국과의 인적 네트워크, 우리의 정책을 중국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꼽았다. 폼만 잡다가 귀국하는 대사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성 없는 캠프 출신이나 측근인사를 보내봤자 중국은 상대도 안 해준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G2(미국과 중국)라고 한다. 주중 대사는 정치적 야심 충족이나 개인 영달을 위한 권세가의 노리개가 되기에는 너무 무거운 자리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측근 주중 대사는 한·중 관계 전반, 혈세를 내는 국민, 본인에게 모두 불행이다.

김청중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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