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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
특히 산업화 이후 부양 공동체 역할을 해오던 대가족의 해체로 노인부양문제가 대두되자 정부가 개입하여 공적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고령화됨에 따라 정부는 사회연대에 기반을 둔 공적연금의 한계를 예측하게 된다. 이에 공적연금의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사적연금의 활성화를 통해 노후소득재원 마련을 위한 개인의 자조 노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기능에 의해 운영되는 퇴직연금제도가 여러 부작용에 직면하자 각국의 정부는 사적연금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한국은 주요국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반복적인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인하하고 연금수급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대신 사적연금 활성화를 추진해 왔는데 그 일환으로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말 적립금이 147조원에 이를 정도로 퇴직연금제도는 양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의 양적인 성장은 대기업 중심의 가입에 따른 결과일 뿐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혜택이 절실한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가입은 저조하다. 또한 중도해지로 인해 충분한 적립금이 축적되지 못하고 있으며 가입자 대부분이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어 연금제도가 아닌 저축상품으로 전락해 있다.
최근에는 예·적금의 금리와 유사한 자산운용 수익률이 지적되고 있고, 수수료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낮은 수익률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으며 뿐만 아니라 현재의 낮은 수익률은 가입자들이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함에 따라 대부분의 적립금이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으로 운용된 결과기도 하다. 하지만 원리금보장상품과 대동소이한 실적배당형상품의 수익률은 분명 걱정거리다.
퇴직연금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의 원인 중 하나는 퇴직연금의 중요성, 자산운용, 은퇴 후 직면할 장수리스크 등에 대한 가입자의 낮은 이해이다.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할뿐더러 퇴직연금사업자 및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협상력이 약해 문제가 지속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교육을 통한 가입자의 이해도 제고이다.
하지만 가입자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의 교육서비스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계열사나 이해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을 퇴직연금사업자로 선정하는 관행도 형식적인 교육서비스의 제공에 한몫을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역사가 일천하여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는 과정의 일환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반복적인 법 개정과 노력으로 퇴직연금제도의 완성도를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관련 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법이 지닌 태생적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퇴직연금사업자평가를 기획하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법은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할 뿐 경제주체의 노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그 방안 중 하나가 퇴직연금사업자 평가이다.
여러 나라에서 퇴직연금사업자를 평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특정 민간기관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과 퇴직연금제도의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평가결과가 공신력 있는 유인체계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에 대한 가중치를 높여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이해도를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수익률, 수수료, 연금지급 비중 등 평가항목의 가중치를 탄력적으로 조절하여 퇴직연금제도를 진정한 사적노후소득보장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자본 및 인적 기준만 충족할 뿐 전문성과 노력이 부족한 퇴직연금사업자들의 개선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도록 평가결과를 공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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