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선 마당에 한국에만 미사일 개발의 족쇄를 묶어두는 것이 불필요해졌다는 판단으로 탄두중량 해제 제한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서도 사거리 800㎞ 규정은 그대로 둬 완벽한 미사일 주권 회복에는 다가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미 양국이 동해안에서 실시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에서 사거리 300km의 현무-2가 발사되고 있다. |
2012년 3번째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렸지만, 800㎞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500㎏이 넘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 사거리 500㎞와 300㎞ 탄도미사일은 각각 1t과 2t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사거리를 줄이면 대신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규정 때문이다.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의 현무-2A와 500㎞의 현무-2B, 800㎞의 현무-2C 등이다. 현무-2A와 현무-2B는 실전배치됐고, 현무-2C는 지난달 24일 마지막 비행시험을 마치고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현무-2C는 남부지방에 배치해도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지만 문제는 탄두중량이 작아 위력에 한계가 있었다. 500㎏의 탄두를 단 미사일은 위력이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지하 벙커 공격에도 역부족이다.
만약 탄두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릴 경우 지하 수십 깊이에 구축된 시설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5일 “북한의 장사정포 등 위협으로 현무-3C를 후방에 두려고 해도 파괴력이 작아 고민이 컸다”며 “사거리 800㎞대 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없애 대북 응징력을 키우는 등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운용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B61-12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 |
탄두중량 2t의 미사일이 개발되면 미국에서 개발한 GBU-28 레이저 유도폭탄(탄두중량 2.2t)보다 큰 파괴력과 관통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탄두중량 2t 규모의 미사일은 마하 7∼8 정도의 속도로 지상에 낙하해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GBU-28이나 벙커버스터(GBU-57)보다 2∼3배 높은 파괴력과 관통력을 가질 것”이라며 “방사성 물질만 없을 뿐이지 사실상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축 체계의 하나인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실효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의미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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