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블라인드 채용 도입 기업들에 따르면 유통이나 서비스 직군은 주어진 미션이나 장기를 발표하는 ‘오디션’형이 많고,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IT 업계는 ‘실무 테스트’를 실시하는 추세다.
CJ그룹은 하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전체의 20%를 서류에 학교, 어학성적 등을 기재하지 않는 ‘리스펙트’ 전형으로 뽑는다. 롯데그룹은 2015년 하반기부터 도입한 ‘스팩태클 오디션’ 전형은 1차 서류전형 대신 각 계열사별 사업계획서나 직무 관련 미션을 수행해 통과하면 오디션장에서 자신이 제출한 과제를 발표한다. 롯데 관계자는 “전체 인력에서 10% 정도 오디션으로 뽑는다”며 “오디션 합격자들이 적응력이 뛰어나고 다른 신입사원보다 평판도 좋아서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가 상반기부터 도입한 ‘스타 오디션’ 전형도 1차에 신상정보 대신 직무경험이나 자기소개서를 적어 제출하고 2차 면접에서 5분간 자유롭게 발표하는 형식이다. 스타 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KT 직원은 “‘왜 생과일 주스는 다 비쌀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직접 푸드트럭을 끌고 4개 광역시를 돌며 장사한 경험과 대학교 예술학회와 협약해 문화를 파는 카페를 탄생시킨 경험을 발표했다”며 “단순한 질문이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스타오디션에서 풀어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승무원 채용에서 50~90초 내외의 20MB 이하 동영상을 제작해 제출하는 것으로 서류전형을 대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상을 통해 지원자의 열정과 끼, 아이디어 등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과한 연출을 한 지원자의 영상은 지양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IT 업계에서는 실무테스트로 1차 서류전형을 대체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카카오는 기술직 대상으로 서류전형 없이 세 차례 온·오프라인 코딩 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름, 이메일주소, 핸드폰번호만 입력하면 계정이 생성돼 테스트를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두 자릿수 규모로 선발할 예정이나 지원자 수준에 따라 더 뽑을 수도 있다”며 “기술기업인만큼 나이, 성별을 일체 보지 않고 코딩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하반기 채용을 본격화하는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기업은행은 하반기 채용인원(행원)을 모두 블라인드 전형으로 뽑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어학점수 기준이 있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서류에 학교, 어학점수, 자격증 등을 기재하지 않는다. 면접에서는 이름마저 가린 채 응시번호와 자기소개서만으로 심사한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와 직무기술서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언이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