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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시행으로
“어렵다”는 이통사들 자발적 할인
사기업, 무턱대고 혜택줄리 만무
내용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입을
지난달 15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하나인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이 시행됐다. 선택약정 할인은 소비자가 이동통신사 상품 가입 시 함께 구매하는 휴대전화의 공시지원금(할인)을 받지 않는 대신, 이통사와 1년 또는 2년간 약정을 맺고 매월 통신비를 할인받는 제도다. 이번 조치로 약정 할인율이 5%포인트 인상되면서 선택약정을 선택할 경우 소비자는 매월 통신비의 25%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조치를 받아들였지만, 인상 전까지의 저항은 거셌다. 이통 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으로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고, 미래투자 여력 상실로 국가 통신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이통사들은 이번 조치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조치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크게 염려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요금 인하 압박도 거세다.

시민단체는 이통사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하는 만큼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통사는 주파수 사용 대가를 정부에 지급하고 있으며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표준에 비춰 봤을 때도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렵다”를 외치는 이통사는 동시에 자발적인 할인 확대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예약판매에 즈음한 지난 9월7일 ‘프리미엄 가족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2명 이상의 가족이 KT의 인터넷과 함께 월정액 6만5890원 이상의 이동통신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2회선부터 요금의 25%를 추가로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KT는 해당 요금제에 대해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더 많은 고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족 2명이 월 기본 10GB 데이터와 무료 통화가 가능한 6만5890원짜리 휴대전화 요금제와 기가인터넷(3년 약정 기준)을 쓰고, 프리미엄 가족결합 상품을 이용할 경우 통신비 총액은(선택약정 할인 제외) 14만580원이다.

그런데 많이 할인해 준다고 해서 가계통신비를 줄이는 데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만약 가족 2명이 월 6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4890원짜리 요금제를 쓰고, 기존 결합할인 상품인 ‘총액 결합할인’을 이용하는 경우 기가인터넷을 포함한 통신비 총액은 12만3970원이다. 데이터 제공량은 적지만 그만큼 통신비도 싸다. 프리미엄 가족결합이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닐까.

SK텔레콤은 갤럭시 노트8 예약판매에 발맞춰 ‘척척 할인’ 혜택을 들고 나왔다. 다른 이통사에는 없는 20만원 통신비 할인 혜택을 추가로 준다니 솔깃할 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리 구미 당기는 혜택은 아니다. 20만원 할인은 24개월간 나눠서 제공되는데 11번가에서 월 30만원 구매 시 4167원을, SK주유소에서 월 15만원 주유 시 1250원을 할인해 준다. 나머지 7만원은 동부화재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경우 지급된다. 24개월간 20만원을 할인받으려면 지정된 할인처에서 108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계산이다.

특정 할인 상품이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같은 조건에 10원이라도 더 할인해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할인 상품을 잘 이용하면 분명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통신기업이 무턱대고 할인 혜택을 늘려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할인은 지출이 증가할 때 같이 늘어난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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