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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열등하다"… 공직자 실언 '흑역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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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2 13:33:51 수정 : 2017-10-13 14: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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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돼지”부터 “여자는 열등”까지….

공직자의 막말은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곤 했다. 국민의 편이라고 믿었던 공무원에 대한 배신감과 박탈감, 상처로 분노가 확산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최근 심각하게 대두한 ‘혐오 발언’ ‘혐오 현상’은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혐오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14일 외교부 국장급 간부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자 열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역대 공직자들의 막말과 그 처분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재조명되고 있다. 2000년 이후로 중앙부처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지자체의회, 국회의원 등의 막말과 실언, ‘실수’로 한 ‘실토’, 언어성폭력은 보도된 것만 약 5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발언 일부를 모아봤다.

①“우리 아키코 상은 미인”

2000년 7월 25일 환경부 1급 공무원 김시평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기자들과 점심식사 중 당시 김명자 환경부 장관을 거론하며 “우리 아키코(‘명자’의 일본식 발음) 상은 미인”(정확히는 ‘우리 아키코 상 예쁘지’였다고 전하는 당시 취재 현장 관계자도 있다)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안경을 쓴 여성에 대한 외모평가, 여대에 대한 선입견을 드러내는 발언, 부처가 힘이 없어 여성장관이 내려온다는 발언 등을 했다. 그는 다음날 사표를 냈고, 김명자 장관은 당일 사표를 수리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환경부 내부 평가가 좋았던 공무원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발언은 외부인들을 놀라게 했다.

②외교통상부 장관Ⅰ

2000년 10월 23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기자들과 저녁식사 중 “올브라이트(당시 미국 국무장관)와 안아보니 가슴이 탱탱하더라”, “심야토론 때 졸려서 방청객으로 나온 구로공단 여공 스커트 속 팬티를 보며 잠을 깼다”고 발언한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 출입기자 25명, 미주국장과 아주국장, 공보관 등 간부 약 10명이 있었으나 보도되지 않다가 열흘 후 오마이뉴스 폭로로 드러난다.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은 2000년 북한에서 김정일과 회담한 뒤 서울로 와 머물던 중이었다. 이 장관이 언급한 심야토론은 2000년 7월 22일자 ‘KBS 심야토론-급류 타는 한반도 주변정세, 과연 기회인가’ 편이었다. 첫 보도 다음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해명 요구에 이 장관은 “사석에서 일어난 얘기고, 보도가 상당부분 왜곡되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했지만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그는 “(제가) 부덕하고 변변치 못한 것에서 연유됐다. 이런 선에서 대답을 받아달라”고 해명을 마무리했다. 참여연대, 여성연합,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이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장관은 ‘ABM조약 지지 파동’으로 추후 경질된다.

③이명박 대선후보

2007년 8월 28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주요일간지 편집국장 약 10명과 식사 중 “마사지걸에 마사지 받으러 갈 경우, 잘생긴 여자보다 못생긴 여자가 낫다더라.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 이것이 인생의 지혜다”라고 말한다. 오마이뉴스 보도로 뒤늦게 발언 사실이 알려진다.

④성추행 후 해명

2006년 2월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들과 저녁식사 중 여기자를 성추행한 뒤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한다. 여야, 시민사회의 국회 제명 요구를 받던 중, 5월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이 “최연희는 평소 강직한 사람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단지 여기자와 친해지고 싶어서 어깨에 팔을 두른 것뿐이지 않겠느냐”고 옹호해 논란이 가중된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다.

⑤외교통상부 장관Ⅱ

2010년 7월 24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점심식사 중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한 젊은 층을 일컬어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한다. 유권자들을 종북주의자로 몰았다는 논란과 야권의 경질 요구가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유 장관을 유임시킨다. 두 달 후 유 장관은 딸 특혜채용이 드러나 경질된다.

⑥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2016년 7월 4일,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기자들과 만나 “(대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서 사퇴요구가 나왔다.

⑦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2016년 7월 8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기자들과 저녁식사 중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등의 발언을 한다. 기자들이 자제를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교육부는 보도 후 나 기획관을 대기발령하고 조사에 착수했고, 징계위는 파면결정을 내렸다. 나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및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등 핵심 부서를 거쳐 요직에 오른 엘리트였다. 

⑧“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2017년 6월 6일, 이언주 의원, 기자들과 식사 중 “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해야 한다, 훌륭한 여성 장관도 있지만, 지금은 안보현안이 중요한 만큼 국방을 잘 아는 남자가 해야한다”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02년 장상 총리서리를 두고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 유고 시 여성 총리에게 국방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고 비서실장직을 사퇴한 바 있어 15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는 편견이 확인됐다.

⑨외교부 A국장

2017년 9월 14일, 외교부 A 국장, 기자들과 식사 중 “여자는 열등하다”고 말한다. 기자가 발언에 대한 경고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A 국장은 언론보도 직전에는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내가 너무 심했나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언론보도 후에는 다른 언론매체들에 “비하의미가 아니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여성이 1등이란 얘기를 농담을 섞어 한 것”이라고 말한다. 강경화 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뒤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장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외교부 내에는 일부 간부와 직원들에 의한 A국장 구명움직임이 일어났으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는 9월 18일 보도 직후 조사에 착수했다. 12일 현재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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