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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욕망의 탑 타워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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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2 23:22:01 수정 : 2017-10-12 23: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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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서울 대학로에서 처음 연극무대에 올려져 장기 흥행의 성공을 거두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칠수와 만수’. 미군 기지촌 출신인 칠수와 농촌에서 상경한 만수는 고층빌딩에 매달린 곤돌라 위에서 광고판을 그리며 거침없는 독설로 부조리한 세상을 마음껏 비웃는다. 실수로 페인트통을 떨어뜨려 승용차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빌딩 주변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고 두 사람의 동반자살 시도로 오인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 끝에 만수는 투신하고 칠수는 경찰에 잡혀간다.

공중을 무대로 한 연극은 또 있다. ‘고공정원’은 하늘 높이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180일간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 이들을 돕겠다고 찾아온 시민운동가, 다큐멘터리 감독, 신문 기자, 수녀, 전직 장관, 그리고 얼떨결에 이들과 함께하게 된 크레인 기사 부부 등이 고공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욕망에 가득찬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고공정원’에서의 농성은 현실에서도 빈발한다. 타워크레인이 많아질수록 위험천만한 고공농성도 늘어나는 추세다.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 때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타워크레인은 개발과 건설의 상징이다. 초대형과 초고층을 향한 인류의 꿈을 실현시키는 첨단기구로 거듭나면서 높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층건물을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계이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사람이다. 높이를 높이는 첨단공법 말고도 안전이 우선 돼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람의 안전을 무시하다 마침내 하늘에 다가가려 했다가 신의 분노를 사고 만 욕망의 탑인 바벨탑에 비유되기에 이르렀다.

빈번한 타워크레인 사고 대부분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5월 경기도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는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순정 부품 대신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한 사제 부품을 사용해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일 근로자 3명이 숨진 의정부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의 원인은 만들어진 지 27년이나 된 노후크레인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비극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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