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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직 노조 간부가 “나라도 해외 공장 짓겠다”는 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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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9 23:38:01 수정 : 2017-10-19 2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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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내가 경영진이라도 해외공장을 지을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2015년 해외 자동차공장 견학 때 보고 느낀 견학 보고서를 올리면서 밝힌 소회다. 그는 러시아 현대차 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연산 20만대 규모로 지은 공장에서 4년 8개월 만에 이룬 100만대 누적생산 기록이 믿기지 않아 숫자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며 “수출·생산성·원가·품질·노사관계에서 유리하다면 경영자는 새 공장을 해외에 지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 방문 때에는 임금을 차등화하는 인사평가제도를 산별 노조인 독일 금속노조가 시행하고 있던 점도 충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망해 봐야 정신 차린다’고 하는 말을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귀족노조의 실상을 꿰뚫는 전직 노조 간부의 자가진단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의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보다 훨씬 많다. 반면 생산성은 크게 떨어진다. 자동차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2015년 기준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은 26.8시간이다. 다른 나라 경쟁사는 20시간 안팎이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은 15.8시간, 중국 베이징 공장은 17.7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은 20.7시간이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강성 귀족노조가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금도 신차의 시간당 생산량을 노조 동의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 노조위원장은 그제 “취업규칙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더 많은 퇴직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만 강성 노조에 멍든 것도 아니다. 웬만한 기업치고 그렇지 않은 곳이 드물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노동부문 꼴찌를 면치 못한다. 올해에도 노사협력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로 최하위였다. 귀족노조의 빗나간 행태야말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노동 적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 한국투자설명회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전직 노조 간부조차 울분을 토로하는 열악한 기업 환경에서 어느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려 들겠는가. 노동 적폐 청산에 눈을 감은 채 백날 ‘일자리 정부’를 외쳐 봐야 소용이 없다. 해외 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그나마 있던 우리 기업마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전직 노조 간부는 그런 우려를 우리 정부와 노조에 보냈다. “이제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우리(노조)끼리의 잔치’는 유지해선 안 된다”는 그의 외침을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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