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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아픔 씻고 평창서 반드시 메달 딸 것"

입력 : 2017-10-26 19:54:21 수정 : 2017-10-26 23: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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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패럴림픽 발대식에서/장애인 알파인 스키 양재림 각오 미국의 맹농아 사회사업가인 헬렌 켈러는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한다’는 격언을 남겼다. 이 말처럼 장애인 스포츠에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설상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시각장애인 선수가 있다. 그것도 기문이 꽂힌 슬로프를 내려와 기록을 겨루는 ‘속도전’인 알파인 스키에서다. 그 주인공은 오는 2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양재림이 26일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발대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양재림은 26일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 발대식’에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뜻 듣기에는 평범한 출사표 같지만 양재림의 각오에는 누구보다 간절한 진심이 담겼다. 양재림이 다시 스키를 신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양재림은 미숙아 망막병증을 앓아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으로만 사물을 겨우 식별한다. 이마저 일반인의 10분의 1 정도만 보인다. 그러나 양재림은 먹의 검은색과 종이의 흰색으로 설원을 묘사해 스키 그림을 그리며 스포츠 전문 화가를 꿈꿨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만큼 인정받았지만 2010년 주변의 권유로 시작한 스키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의사들도 “설원에서 스키를 타면 강한 빛 때문에 더욱 눈이 나빠진다”고 만류했지만 양재림을 막을 수 없었다.

이후 장애인 알파인 스키 선수로 변신한 그는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 여자 시각 대회전에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당시 양재림은 “너무 아쉬운 마음에 계속 미련이 남는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를 위해 경기장에서 함께 붙어 뛰는 ‘가이드 러너’의 고용비 문제로 속앓이를 하며 은퇴까지 생각했다.

다행히 양재림은 2015년부터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2·국민체육진흥공단)를 만나 지금까지 합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슬로베니아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 월드컵에서 회전 종목 은메달, 대회전 종목 동메달을 합작할 만큼 궁합도 잘 맞아 평창에서 메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재림이 소치의 아픔을 씻고 평창에서 ‘희망의 금빛 질주’를 보란 듯이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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