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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美 전직대통령의 후회와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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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3 23:23:01 수정 : 2017-11-03 23: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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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직접 그렸다고요?”

지난달 12일 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조지 W 부시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큐레이터에게 거듭 물었다. 이날 찾은 전시회 이름은 ‘용기의 초상화, 미국의 전사들에게 바치는 군 통수권자의 헌사’(Portraits of courage, A Commander in Chief’s Tribute to America’s Warriors)였다. 지난 3월부터 열린 전시회에는 부시 전 대통령이 그린 66명의 상이군인 초상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초상화 속 주인공들의 표정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의족을 하고 부시 전 대통령과 춤을 추는 모습, 딸을 들고 환하게 웃는 군인 등 밝고 화려한 모습도 있었다. 반면 초점 없는 시선, 얼굴의 화상, 화난 듯한 표정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재활 치료의 고통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초상화에 관해 설명을 해주던 중년의 여성 큐레이터는 “부시 전 대통령은 상이군인 모두를 따로 만나 이들의 사진을 모아 1년 넘게 초상화를 그렸다”며 “그림뿐 아니라 각각 상이군인의 군 복무 이야기와 가족들의 사연을 함께 작성해 도록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상이군인과 그의 가족들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도 있었다. 한 상이군인의 아내는 “이라크 전쟁에서 상처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 남편이 기약 없는 재활에 지쳐서 너무 힘들었는데, 자선 골프대회에 참가한 뒤 처음으로 웃었다”며 “당신의 격려 덕분에 남편이 많이 밝아져서 고맙다”고 편지를 보냈다.

자선 골프대회는 부시 전 대통령과 부시 재단이 상이군인을 위해 꾸준히 펼쳐온 사업 중 하나다. 의족을 차고 동료와 함께 골프를 치는 남편을 그린 그림이 그녀의 편지 바로 옆에 걸려 있었다. 

이창훈 사회2부 기자
부시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역대 대통령 중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 전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낮은 지지율(26%)을 기록했다. 그랬던 부시 전 대통령의 인기는 퇴임 후 ‘역주행’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59%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역주행의 비결은 ‘솔직함’과 ‘진정성’이었다.

2008년 퇴임을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연신 “미안하다”고 답했다. 2008년의 금융위기, 9·11테러로 벌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퇴임하며 밝혔던 후회는 상이군인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왔다. 책임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용기의 초상화’ 전시회를 알리면서 “다친 전사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모두) 내가 아는, 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다가 다친 훌륭한 군인들이다. 상이용사의 날뿐 아니라 매일 그들을 생각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전시관을 나오는 길에 청와대에서 세월호 첫 보고 시간을 조작했다는 뉴스 알림이 떴다. 실수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부정하며 재판조차 거부하고 뇌물수수 의혹까지 받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에게 부시 전 대통령이 보여준 후회와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큰 사치일까. 손에 든 ‘용기의 초상화’ 도록의 무게가 새삼 더 무거웠다.

이창훈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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