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재정부실 건설사 '타깃'…인위적 구조조정 아닌 자연도태 유도
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사진=이상현 기자 |
주요 타겟은 시공 능력 혹은 재정이 부실한 건설사들이다. 현재 대한건설협회에 등록된 1만2025개의 건설사 중 20~30% 가량인 약 2000여개가 정리대상이다.
다만 조선업이나 해운업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및 부동산 연착륙을 통해 자연스러운 도태를 유도할 방침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사 구조조정 안을 마련 중이다.
건설업계 고위관계자는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이 외부 컨설팅까지 받아가면서 살생부를 작성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요새 잠을 못 이루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건설업계에도 쌓인 폐단이 적지 않다”며 “대표적인 케이스가 시공 능력을 키우기보다 로비에만 열중하는 건설사”라고 꼬집었다.
현재 정부는 로비를 통해 SOC 공사를 따낸 뒤 정작 공사는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운영하는 건설사가 꽤 많다고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이 매우 부실해서 공사 하나 따내는데 사운을 거는 곳도 많다. 이런 부실한 건설사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국토부 SOC 예산은 14조7000억원으로 올해의 19조600억원보다 23% 줄었다. 또한 가계대출은 물론 소호대출(자영업자대출)까지 틀어막는 등 강력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 중이다.
자연히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감소한다. 이를 통해 부실한 건설사의 자연도태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건설업계 고위관계자는 “특히 SOC 관련 건설업체를 선정할 때 시공 능력과 재정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시공 능력이 부족하거나 재정이 부실한 건설사는 자연스레 탈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00대 건설사 중 삼한기업, 경남기업 등 2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며 고려개발, 신동아건설, 진흥기업 등 3곳은 워크아웃 중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SOC 예산 감소 및 가계부채 대책의 여파는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일수록 부실하거나 충격 흡수력이 약한 곳이 많아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대형 건설사들은 유동성이나 손실을 완충시킬 수 있는 내부기능이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아무래도 SOC 예산 감소 등으로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SOC 예산 감소로 건설 부문에서 약 4조4000억원의 생산액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건설 외 산업에서도 5조4000억원의 추가 생산액 감소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체 예산이 줄어버리면 중소 건설사가 나눠가지는 프로젝트부터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폐업한 건설사의 수는 총 72개다. 하지만 내년부터 건설업계에 부는 ‘피바람’은 과거의 규모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건설업계의 대대적인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대략 20~30%의 건설사 폐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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