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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문제점 날카롭게 지적, 향후 나아갈 길 명쾌하게 제시”

입력 : 2017-11-07 20:36:00 수정 : 2017-11-07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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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취임사 평가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사진)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낭독한 취임사가 명문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장 200자 원고지로 23장이 넘는 장문으로 낭독한 시간만 40여분이 걸렸다.

설정 자신이 60여 년 동안의 참선 수행으로 얻은 불교에 대한 의미와 법력이 행간에 가득 배었다는 평가가 많다.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펼쳐보이면서도, 향후 나아갈 길을 명쾌하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신도 숫자 감소라는 통계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는 종도들이, 불제자로서 자부심을 갖지 못하여 방황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불교신자가 10년 새 300만 명이나 줄었다는 2015년 통계청의 인구조사 결과는 종단의 근심거리이다. 그러나 스님은 ‘신심’ 감소가 더 두렵다고 했다.

“신심과 원력 없는 불자는 진정한 부처님 제자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며, 수행자들이 공심을 잃으면 시비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앞으로 나를 포함한 종단의 스님들은 무엇보다도 공심을 회복하여 갈등의 원인을 없앨 것이다.”

“바쁜 행정 일정을 핑계로 출가수행자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방기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며, 엄혹한 자기관리로 불교파괴 세력에게 아예 빌미를 주지 말라.”

스님은 지난달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는 동안 인격살인에 가까운 모략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화합과 통일을 강조했다. 스님은 낭설로 밝혀진 은처자나 학력 조작으로 오해받아 심적 고통이 심했으나 모두 덮기로 했다.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고 무시하고 혐오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다름’은 결코 ‘틀림’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불교인의 자존심은 불교 인구의 숫자가 아니라 상생과 화합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웃에 전하는 데서 형성된다.”

스님의 취임사는 책으로 꾸며져 전국 사찰과 평신도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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