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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포항을 강습한 그제 김정숙 여사가 깜짝 생일 선물을 받았다. 지지자들이 포털사이트에 ‘사랑해요 김정숙’ 실시간 검색어 작전을 벌여 한때 2위까지 끌어올렸다. 김 여사의 인기가 높은 것은 소탈한 데다 쾌활하며 당당해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걸을 때나 비행기 트랩에서 손을 흔들 때 아우라가 넘친다. 동남아 순방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방명록을 쓰다 필기도구가 안 보이자 문 대통령 호주머니에 불쑥 손을 넣는가 하면 공개석상에서 ‘평창스타일’ 노래가 나오자 거리낌없이 말춤을 춰 흥을 돋웠다.

나라 안팎에서 자신감이 가장 넘친 영부인은 미국 힐러리 클린턴이 아닐까 싶다. 힐러리 유머는 전설로 이어진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방 행사를 다녀오는 길에 동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힐러리의 과거 남자친구를 만났다. 차 안에서 클린턴이 빈정댔다. ‘당신 저 남자와 결혼했으면 동네 주유소 사장 사모님 정도 됐겠어.’ 힐러리가 맞받았다. ‘아니. 저 남자가 대통령이 됐을 텐데’.” 힐러리는 국정에 적극 가담하면서 대통령 남편을 죽였다 살렸다 했다. ‘힐러리 케어’가 실패해 중간선거를 망쳤지만 남편의 의회 탄핵 과정에서 결혼생활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과시해 박수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은근한 정치 참여형이었다. DJ 시절 여성부와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신설은 이 여사 작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활발하게 장관 부인들을 몰고 다녀 ‘연희동의 빨간 바지’로 불렸다. 내조형의 대표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이웃돕기 모임 ‘양지회’를 이끌며 우아한 이미지를 창출했다. 김 여사는 어느 형에 속할까.

영부인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참모들의 뜨거운 아첨과 세상의 싸늘한 눈길의 충돌로 이는 짙은 안개를 헤치면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고, 남편이자 대통령에게 최고의 조언자가 돼야 하며, 여성 권리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운동가로서 존경을 받으면서, 지적이고 절제된 언행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유쾌한 정숙씨’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건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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