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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내 문제집 어디 있나”… ‘버린 책 발굴’ 소동

입력 : 2017-11-16 19:28:46 수정 : 2017-11-16 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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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수능 연기에 버린 곳 찾아 “당황스럽지만 시간 더 생겨 다행” / 동네서점은 재구입 위해 북새통 재수생 박모(20)씨는 16일 아침 일찍 자신이 공부했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학원을 찾았다. 전날 버렸던 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무더기로 쌓여 있던 책들 속에서 자기 것을 찾다보니 이런 일도 있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수능일에 맞춰 책을 버렸는데, 1주일 연기됐으니 공부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일부 문제집은 찾았는데 잃어버린 것도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버려진 자습서 등을 줍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날 학원가에는 박씨처럼 버린 책을 찾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백 권이 쌓인 책 무더기 속에서 서로 자기 책을 찾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이들은 누구도 겪지 않았던 경험을 하는 것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학원가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구의 한 재수종합반 학원 옥상에는 학생 10여명이 버린 책을 찾느라 분주했다. 전날 학원은 ‘버릴 책이 있으면 청소하기 편하게 옥상에 버리라’고 안내했다. 한 권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10권 가까이 찾아내 돌아가는 학생도 있었다. 책을 가득 담은 쓰레기 봉투를 보며 “저 속에 내 책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책을 찾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능이 연기된 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최광원(20)씨는 “수능이 연기돼 당황스럽지만 한 주 더 개념을 살펴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모(20)씨는 “문제집을 버려 다시 사러 동네 서점에 갔더니 고등학생들로 북새통이더라”며 “1주일 동안 공부도 잘 안 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이날 서울 강남 학원가에선 마음을 다잡고자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페에서 언어영역 문제를 풀던 한 재수생은 “실제 수능 시간표에 맞춰 모의고사를 풀고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된다”며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보니 힘든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아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고 어색하게 웃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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