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열린 ‘한국고고학대회’ 등에서 해외에서 조사한 유적에 대해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그레잇’(great)이었다. 해외에, 그것도 오지에 있어 직접 가보지 못하는 러시아의 발해 유적과 카자흐스탄, 몽골의 고분유적을 HMD(Head Mounted Display) 디바이스를 쓰고 보면 실제 와 있는 것처럼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이니 그보다 신기할 순 없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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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적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는 모습. |
이처럼 문화유산에도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바람이 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3D 스캔 기술과 GPS기반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인트라넷 등이 도입되어, 위치기반 서비스와 문화재 정밀 실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드론과 사진측량 기술이 도입되었고, VR를 이용하여 석굴암 등의 문화재를 직접 보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재현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AR) 기반의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궁궐 같은 유적지나 박물관에서 안내판이나 해설사 없이도 개인 스마트폰으로 곳곳의 문화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편 3D 기술을 이용하여 문화재를 가상으로 복원하고, 실제로 복원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재 분야의 디지털 기술은 아직까지는 다소 어색하고 많이 활성화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외의 경우, 우리와 같은 VR, AR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3D 스캔에 3D 프린팅 기술까지 더하여 스톤헨지 등을 복원하기도 하고, 이집트 금석문의 새로운 문자를 판독해 내기도 한다. 또한 물리탐사를 통하여 직접 발굴하지 않고도 지하를 스캔해 로마시대 마을을 그래픽으로 뚝딱 복원해 내기도 하고, 유적 분포가능 예측프로그램을 통하여 예산 절감 효과를 끌어내기도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는 오스트리아 루드윅 볼츠만 물리탐사 및 가상 고고학 연구소 및 영국 옥스퍼드대 디지털 고고학연구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디지털 고고학센터와 같은 전문기관들이 있어 끊임없이 관련 기술을 개발, 적용하여 세계의 문화재를 보존, 복원, 활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더 발전된 기술을 도입하고 전문기관을 양성하여 보다 정밀하고 생생하게 문화재를 기록·보존·관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문화유산 디지털 불로장생 시대를 꿈꿔 본다.
최인화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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