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부문 충격은 무역환경의 변화이다. 작년부터 무역장벽이 서서히 세워지기 시작했고,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더 큰 장애물은 이제 곧 표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충격이 우려된다. 미국이 최근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와 미국의 기준금리 상한치가 같아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다. 외환시장 충격도 이미 시작됐다. 환율은 작년 말 대비 약 10% 절상됐다. 그리고 이 세 부문의 충격은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의 약화이다. 이번 경제 쓰나미는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타고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핵심구조에 충격을 가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대응정책에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무역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미국 여론은 불공정 무역의 피해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우리는 한·미 FTA가 불공정한지를 재평가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대응은 협상 지연과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강화와 대미 경상수지 감소를 초래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시간 감축, 법인세 인상 등 예고된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환경을 악화시킨다. 대외 충격으로 약화한 경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연약해진 경쟁력의 기반을 정부가 흔들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향후 지속적으로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언급도 추가했다. 이해할 수 없는 발표이다. 추가적인 언급으로 금리인상의 신호효과를 없애고 불확실성을 확대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금융정책의 사례로 남게 됐다. 환율 절상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늘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통화가치 고평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결국 외환 고갈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번에도 고임금 및 환율 절상 정책은 세계 경기 상승 초기에 수출로 성장 원동력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
그러면 사면초가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가. 우선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부활해야 한다. 지금은 정책이 잘못돼도 누구의 책임인지가 불분명하다. 통화정책도 재정정책도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책임자가 나와 국민과 소통하라. 근로자와 기업은 상생적 관계이지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 이어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은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 미국은 불공정 무역의 응징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쟁점 분야에서 과감하게 양허안을 내놓고 조기 타결하는 것이 문제해결 방법이다. 현재 세계 경기는 미국이 견인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접근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다. 또한 기업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현재는 정치적 논리로 기업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부작용을 검토하고 면밀하게 정책을 발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비난 여론에 허둥대고 법리적 쟁점과 부작용에는 눈을 감고 있다.
무엇보다 반기업 정서와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체제로는 미국발 쓰나미를 막을 수 없다. 수출 환경 개선,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기업의 투자 활성화 정책, 새로운 산업을 여는 혁신정책이 유일한 대응이다. 이제 정책 당국이 경제 논리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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