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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인희(원미경)가 이불로 시어머니(김영옥)의 얼굴을 덮고 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고 한다. 자신이 죽고 난 뒤 고생길이 훤한 시어머니가 걱정돼 이성을 잃은 것이다. “나 먼저 가 있을게. 어머니 정신 드실 때 나 따라와요. 아범하고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라며 눈물을 쏟는다.

천륜을 저버린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제 경기도 안성에서 치매를 앓는 8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5월에는 치매 노모를 수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시신까지 암매장한 남성도 1년2개월 만에 자수했다. 3월에는 치매 아내를 병시중 들던 70대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독극물을 마신 사건도 있었다. 아내는 죽었지만 그는 죽지 않았고,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치매 환자 가족의 이런 비극은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1970, 80년대 ‘코미디계 대부’였던 자니 윤이 치매에 걸려 미국 남캘리포니아의 한 요양병원에서 외롭게 투병 중이라고 한다. 2014년 한국관광공사 감사 시절 뇌출혈을 얻어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가 투병생활을 하던 중 치매가 왔다는 것이다. 증세가 심해 더 이상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여서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하다. 전성기 때 국내 쇼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많이 웃어야 해요. 미국에서 효도관광으로 노인들이 많이 가는 폭포는 어딜까?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나이아 가라!’”라며 대중에게 큰 웃음을 줬다. 그랬던 그도 노년의 불청객, 치매를 피하지 못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4000여명에 달한다.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27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북한 핵보다 무섭다는 치매의 공습에 대비하는 것이 중년층의 주요한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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