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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검사가 '무죄' 구형? 이색 풍경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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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3 13:00:00 수정 : 2017-12-23 1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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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신청 사건 공소유지 주체, ‘검사 → 변호사’ 법률 개정 유력시 / 대법관 후보 "검사 측이 제대로 유죄 입증 안해 문제된 경우 많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가 ‘공소유지변호사’ 제도 도입에 관한 사항을 의결함에 따라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폐지된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곧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가 검사를 대신해 사건을 기소하고 이후 법원에서 공소유지까지 맡는 공소유지변호사 제도는 사실상 특별검사와 동일해 ‘원조 특검’으로 불린다.

23일 대검에 따르면 개혁위는 최근 회의를 열어 재정신청 대상 범죄의 확대와 공소유지변호사 제도 도입에 관한 사항을 토론하고 의결했다. 다만 이는 검찰 혼자 결정해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국회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 사안이다.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는 재정신청 제도와 불가분의 관계다. 재정신청(裁定申請)이란 고소·고발사건에서 검사가 내린 불기소 처분에 불만이 있는 경우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직접 기소를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고등법원은 신청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해당 사건을 관할 지방법원의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이는 검찰에 의해 기소가 이뤄진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사를 대신해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주체가 바로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경우 해당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을 변호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한 옛 형사소송법 265조가 근거 조항이다.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되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검사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일종의 ‘특별검사’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988년에는 공소유지를 맡은 변호사가 확정 판결 때까지 특검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보수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물론 2007년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제도가 사라지며 이 법률도 함께 폐지됐다.

형사소송법 개정 후로는 재정신청 사건도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한 번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안을 갖고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려니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유지를 무성의하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거나 “재판부에서 알아서 선고하기 바란다”며 사실상 구형을 포기한 사례가 전국 법원에서 심심찮게 보고됐다. 이에 ‘재정신청 사건은 검사가 공소유지를 맡아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재정신청 사건 관련 질문을 던지자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검사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 등에 비춰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또다시 검사로 하여금 공소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중립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해보면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사 측이 제대로 유죄 입증을 안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다”며 “별도의 전담 변호사를 둬 공소유지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1호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조영황(76) 변호사다. 조 변호사는 민주화 직후인 1988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를 맡아 엄정한 조사를 거쳐 고문 경찰관의 유죄를 이끌어냈다. 이후 조 변호사에겐 ‘사실상의 국내 특별검사 1호’ 또는 ‘원조 특검’이라는 별명이 붙어다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사건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약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지낸 이우승(60) 변호사도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다. 2000년 4·13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김영배 전 국회부의장 공소유지를 맡아 결국 2003년 3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잃게 만들었다.

다만 재정신청 사건 공소유지를 검사가 아닌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 사안에 따라선 사안에 따라선 마땅한 변호사를 못 구해 애를 먹을 수도 있다. 2004년 4·15 총선 당시 경력 허위공표 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사건을 배당받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물색에 나섰으나 희망자가 없어 한동안 재판을 열지 못했다. 결국 지역 변호사 중 가장 연장자인 고용균(70) 변호사가 ‘특별검사’를 자처해 문제가 겨우 풀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후 개업한 변호사 수가 크게 늘었어도 여전히 무변촌이 있는 것처럼 규모가 작은 지방법원이나 지원은 관내에서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 주관 아래 언제든지 재정신청 사건 공소유지에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들을 지정해 일종의 ‘상비군’처럼 운영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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