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고급아파트 욕실에선 B(7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 안은 욕실에 틀어진 샤워기에서 나온 물로 흥건했다. “인기척이 없고 아래층으로 물이 샌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1주일 전쯤 샤워를 하다 심근경색이 생겨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오래전 부인과 이혼한 뒤 자녀들과도 연락이 뜸한 채 20억원대 아파트에서 홀로 지냈다고 한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고독사’(혼자 외롭게 살다 아무도 모르게 맞는 죽음) 사례다. 이뿐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 전월세로 인한 ‘주거 난민’과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낭인’ 급증, 이웃 간 무관심과 반목 등 우리 사회 주거문화의 폐단은 심각하다.
주거공동체 활동가인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은 21일 “갈수록 1, 2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저성장·저출산·고령화가 불가피한 만큼 주택에 대한 인식과 주택공급체계가 확 바뀌어야 한다”며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거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받는 대안 모델은 1970년 전후 덴마크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코하우징’(Co-housing·공동 주거) 주택(단지)이다. 코하우징은 입주자들이 각자의 거주 공간과 전체 공유공간(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소통하며 사는 ‘따로 또 같이’형 주거 양식이다.
국내에선 6∼7년 전부터 ‘공유·공동체 주택’ 등의 이름으로 코하우징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관심 부족에 따른 관련 법규 미비와 지원시스템 부실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정신 가톨릭대 명예교수(소비자주거학)는 “이웃과 소통하며 살고 싶어도 주거 환경 자체 탓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코하우징 개념이 주택뿐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장되도록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적극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