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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과거를 넘어 미래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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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6 23:34:54 수정 : 2018-01-26 23: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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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이 국민의 관심을 온몸에 받고 있다. 그는 1988년 맨발 투혼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힘들었던 국민에게 기쁨을 준 박세리 선수에 비견되고 있다.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낮은 순위에도 불구 최정상급 선수들을 제압했다. 이는 그가 상대 선수의 과거 전력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윔블던’의 소재가 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애거시는 테니스계에서는 부침이 심하기로 손꼽혔던 선수다.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그는 배우 브룩 실즈와의 결혼 시기에는 정점을 찍었지만, 이혼도 하고 급기야는 그랜드슬램은커녕 10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난 시절도 있었다. 이미 스포츠를 하기에는 나이가 꽉 차버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아래에서부터 다시 올라와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테니스 여제 슈테피 그라프와 재혼했다.

애거시 삶의 굴곡과 승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윔블던’은 생애 최고 전적이 세계 랭킹 11위였다가 119위로 내려앉은 영국 테니스 선수 피터 콜트(폴 베타니)가 주인공이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은퇴 전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며,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윔블던 대회에 출전한다. 그곳에서 미모의 테니스 스타 리지 브래드버리(커스틴 던스트)와 가까워져 데이트를 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콜트는 그를 응원하는 브래드버리의 사랑의 에너지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게 된다. 딸의 선수생활을 엄격히 관리하는 아버지 데니스(샘 닐)의 방해에도 콜트는 그녀와의 사랑까지 얻게 된다.

이 영화에서의 콜트나 실제 인물인 애거시가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의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바닥인 현재의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챕터에는 “앞으로는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너희의 명예로 삼도록 해라. 너희 자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와 발길, 그것들을 명예로 삼도록 하라”라고 씌어 있다. 승리든 아니든 이는 과거의 기록이나 잣대일 뿐이다. 우리 모두 과거의 낡은 서판에 매달려 있지 말고, 새롭게 펼쳐질 서판을 기대하며 주목할 일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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