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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조선 정원설계도에 담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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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1 21:17:10 수정 : 2018-03-01 2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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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정원 경영은 유교사상에 입각한 자연을 대하는 소양교육 수단으로 여겨져 크게 유행했다. 문인들은 정원을 방문하고 시를 지어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했고 정원기를 남기거나 유명한 정원의 설계도를 그리기도 했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들은 지금의 반복된 선들과 단순한 형태, 숫자로 조합된 도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정원 내 나무의 종류마다 생김새와 잎의 표현이 다르고 시설물의 위치와 설치상태까지 표현해 놓았다. 특히 관람 시 긴요한 정원 내에서의 행위와 상징성까지 응축해 놓은 점은 단순한 도면기능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도면 표현방식에는 지도를 작성하는 방법인 개화식(開花式) 묘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 방법은 사물을 사방에서 본 것처럼 그리는 것으로 우리가 실제로 걸어가면서 만나는 좌우의 풍경과 비슷한 시각을 사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쇄원도’(사진)다. 소쇄원도는 내원 외에 창암촌, 죽림재, 고암동 등 주변환경과 지금은 사라진 고암정사, 부훤당까지 표기된 가로 36㎝, 세로 25.5㎝, 두께 2㎝의 목판본이다. 특히 정원의 주요 요소와 소쇄원 감상법이 제시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시까지 포함하고 있어 당시 정원의 생생한 모습과 정원생활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현재 소쇄원의 도오(桃塢·복숭아나무를 심어놓은 언덕)와 담장도 이 소쇄원도를 토대로 재현되었다.

정원은 건축물과는 달리 정확한 형태를 표현하기 힘들고 달리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수목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가진 생물재료들이 주로 사용되어 옛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번 쇠락하면 옛 모습을 아는 이도 드물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바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기록화이며 정원관리도면이다. 또한 지금은 잊힌 정원조영자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정원감상의 프로그램까지 자세히 표현해 놓은 점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오늘 시대를 지나 정원이라는 같은 공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정원을 잘 가꾸고 보존해 주길 바라는 선조들의 강한 메시지이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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