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원설계도들은 지금의 반복된 선들과 단순한 형태, 숫자로 조합된 도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정원 내 나무의 종류마다 생김새와 잎의 표현이 다르고 시설물의 위치와 설치상태까지 표현해 놓았다. 특히 관람 시 긴요한 정원 내에서의 행위와 상징성까지 응축해 놓은 점은 단순한 도면기능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정원은 건축물과는 달리 정확한 형태를 표현하기 힘들고 달리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수목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가진 생물재료들이 주로 사용되어 옛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번 쇠락하면 옛 모습을 아는 이도 드물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바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기록화이며 정원관리도면이다. 또한 지금은 잊힌 정원조영자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정원감상의 프로그램까지 자세히 표현해 놓은 점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정원설계도는 오늘 시대를 지나 정원이라는 같은 공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정원을 잘 가꾸고 보존해 주길 바라는 선조들의 강한 메시지이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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