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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폭주 시대… 따뜻한 인간다움 지켜낼 예술 고민할 때

입력 : 2018-03-17 03:00:00 수정 : 2018-03-16 22: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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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지음/ 별 /1만3000원
예술로 읽는 4차 산업 혁명/김선영 지음/ 별 /1만3000원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미디어컨설팅회사 엑티베이트는 ‘기술과 미디어 전망 2016’ 보고서를 통해 인간의 하루가 31시간 28분으로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덕분이다. 인공지능 비서, 쇼핑을 대행해 주는 스타일리스트, 부모의 돌봄을 대신하는 어린이용 웨어러블(wearable)까지 수많은 기술이 인간에게 여유 시간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순수예술 입장에서 보면 공염불 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기술 개발회사들이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 순수예술에 투자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로 예술경영학 박사인 저자의 ‘예술로 읽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달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대에 순수예술의 생존에 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책에 따르면 중세에 있었던 교회의 억압에 대한 저항은 주로 예술을 통해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역시 기술 진보에 의해 인간이 추방자로 전락하고 난민이 되는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예술에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예술하는 시대, 한발 양보해도 적어도 공동창작자로서 인공지능 입지가 확인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예술품’ 또는 ‘예술품과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일반인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과 인간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구별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예술에 대한 찬반 의견보다는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과 자신의 깊은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인간의 작품을 구별해 내는 심미안을 갖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 타인에 대한 인간 예술가의 따뜻한 사랑을 감상할 수 있는 예리한 감수성이야말로 로봇예술가가 등장하는 이 시대에 예술가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영국 출신의 미디어 이론가 로이 에스콧은 “기술혁명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테크놀로지’와 ‘의식’이 통합된 ‘테크노에틱스(technoetics)’는 전혀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예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만으로는 인공지능 예술가의 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이 에스콧의 말대로 인식과 지각의 형식이 새로워짐에 따라 등장하게 될 ‘전혀 새로운 예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창작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기술의 일방적 폭주를 막고 따뜻한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역할이며, 기술에 상상력을 더해주는 것 또한 여전히 예술의 몫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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