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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제왕적 권한’ 축소 뭘 담았나

입력 : 2018-03-22 18:39:36 수정 : 2018-03-22 23: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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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대법원장 힘 빼고… 국회·총리 권한은 커진다/ 특사 땐 사면위에서 사전 심사 / 감사원 독립… 국회서 3명 선출 / 예산법률주의로 심의권 강화 / ‘국회 총리 추천권’ 요구 거부 / 野 “폐단 종식 고민조차 없다”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헌법개정안 중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입법부로 일부 넘기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과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폐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 또는 추천권은 수용하지 않았다. 향후 대통령 개헌안 심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소년 투표권 보장” 삭발식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22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만 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개헌안에는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지위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라고 지칭한 현행 헌법 제66조 1항의 문구가 사라지는 것이다. 행정·입법·사법 삼권분립 체제에서 유독 정부 수반 대통령에 치우친 우월적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할 때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정권에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 사면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해온 헌법재판소장은 아예 9인의 헌법재판관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개정하는 방식으로 헌재의 자율성과 권위를 보장했다.

대통령 소속이었던 감사원은 독립기관으로 재편된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전원 임명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9명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기로 했다. 나머지 6명은 대통령과 대법관회의에서 각각 3명씩 정한다.

예산법률주의 도입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하려는 성격이다.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의회가 정부가 편성한 엄격하게 재정을 통제할 수 있고, 그만큼 정부는 예산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시기를 현행보다 30일 앞당기고,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조약의 범위를 확대한 것도 국회의 정부 견제 권한을 키우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 선출권 또는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를 국회가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항상 긴장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는 현행 방식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와 박항서 감독이 22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축구협회 국가대표 훈련장을 방문해 시축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이 거행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야당탄압 기획수사, 정치공작 중단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정신이 개헌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일제히 개헌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폐단을 종식시키기 위한 고민이 전혀 없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가져가려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위원인 법무장관을 배제하고 대통령 개인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개헌안을 이벤트하듯 하나하나 발표하는 행태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호도하며 여당을 ‘침묵의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야당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그 자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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