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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의 법률 톡톡] '썸' 타듯 부드럽게…'쌈'으로 끝나지 않게 OO 권해볼까?

입력 : 2018-04-12 15:26:58 수정 : 2018-04-12 15: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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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과 '썸' 가르는 동업계약서

 

‘썸’으로 시작해서 ‘쌈’으로 끝났다. 연애뿐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스타트업은 자본, 인력,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결핍을 메우기 위해 많은 사업자들은 동업을 택한다. 처음에야 서로 ‘대박’의 꿈을 공유하며 ‘썸’을 타지만 어느 샌가 ‘쌈’으로 돌아서 동업관계는 파국을 맞게 된다. 속상한 마음에 “혹시 동업계약서 쓰셨냐”고 물어보면 “믿고 시작했다”고 답한다.

동업계약서는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해준다는 데 그 존재의의가 있다. 만약 동업자가 자신의 생각보다 일을 덜 한다든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어떨까. 창업자간의 책임과 권리가 명확히 합의되지 않으면 어디까지 일하고 얼마나 개입할지 불투명해진다. 그러다 마음이 상하고 관계에 균열이 발생한다.

먼저 동업계약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자.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체에서 동업계약은 대체로 민법상 조합계약에 해당한다. 법인을 설립하는 창업자들 사이의 동업은 흔히 주주간 계약으로 체결한다. 어떤 계약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조합계약에 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업계약서에 정해진 서식은 없다. 오히려 동업계약서는 표준서식을 이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동업의 모양새는 전부 다 다르다. 서식에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대로 날인을 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동업계약서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필수로 들어가야 할까. 동업의 목적과 배경을 명확히 해두고 시작하자. 역시나 자본금과 출자액, 지분비율, 이익배당과 손실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돈과 관련되기 때문에 세심하고 상세하게 기재할수록 좋다. 예컨대 이익의 배당은 사업체의 영업이익이 처음 발생하고 몇 년 후부터 분기별로, 반기별로 몇 퍼센트의 비율로 하되 세금은 어떻게 처리한다고 자세하게 기재한다.

둘째로 경영상 의사결정방식과 직책과 역할, 이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좋다. 경영상 의사결정방법은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경영권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분장도 확실해야 한다. 2인이 공동창업자라면 A는 인사와 노무 파트를 담당하고 B는 재무와 사업 영역을 맡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업자등록증에 공동대표자로 등록할지, 대표행위는 실제 누가 할지도 정해야 한다.

사업이 하향세로 들어갈 때 동업계약서가 절실해지기도 한다. 탈퇴, 청산의 문제이다.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면 상대방이 더 이상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지지도 않고 탈퇴한다고 내용증명을 보내오는 경우도 생긴다. 갑자기 동업과 투자가 원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대여금으로 탈바꿈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회사의 사업모델을 이용해 동종의 사업을 시도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일도 생긴다. 사전에 충실의무, 투자의무, 손실부담, 경업금지의무, 겸업금지의무, 수년 간 지분처분 금지 조항 등을 동업계약서에 넣어두면 만에 하나 있을 법률분쟁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니, 무엇보다 법률분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의무사항에 대해서는 위반 시에 책임도 엄중하게 해둘 필요도 있다. ‘위반 시 큰일이 나겠구나’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서로 가지게 된다. “~~조를 위반할 경우 5억원의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한 줄의 문장이 말만 호형호제인 관계보다 믿을만하다.

이렇게 요긴한 동업계약서를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해 보자’는 사이에 계약서 얘기를 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려고 만난 사이 아닌가. 사람은 믿되 돈은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히려 동업계약서 없는 동업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인간관계까지 잃을 수 있다. 동업계약서를 쓰면서도 다투면 앞으로 기나긴 세월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 썸 타듯이 부드럽게, 그렇지만 쌈으로 끝나지 않게 계약서를 권해보자.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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