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축구팬들은 10년 넘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 중 누가 더 뛰어나냐이다. 2008년부터 축구계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 트로피를 5차례씩 나눠 가진 두 선수의 양강 체제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한 선수가 균형을 깨게 된다. 이 때문에 두 선수 이름의 첫 글자를 따 이른바 ‘메호대전’이라 칭하는 국내 팬들의 갑론을박도 치열하다. 호날두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친근하다고 해서 ‘우리 형’으로, 메시는 이름과 ‘신(神)’을 합쳐 ‘메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일단 3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을 노리는 ‘우리 형’은 요즘 웃을 일이 많다. 호날두는 12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홈경기에서 0-3으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이는 전인미답의 UCL 11경기 연속골이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1-3으로 패하긴 했지만, 앞선 1차전 원정에서 3-0으로 이겨 1, 2차전 합계 4-3으로 4강에 진출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가 여기까지 올라온 데는 UCL 15호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호날두가 일등공신이다.
이런 활약에 팬들이 반색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호날두는 지난해 9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베티스와의 홈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앞선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뒤에서 살짝 밀치는 바람에 스페인 축구협회로부터 5경기 출전 금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12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해 망신살이 뻗쳤다. 이에 “호날두의 시대는 끝났다”는 혹평도 잇따랐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끝에 UCL 6연속 득점왕은 물론 리그에서도 득점 2위(23골)로 훌쩍 뛰어오르면서 진면목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UCL 성적을 더 높게 쳐주는 발롱도르 관행 상 호날두가 경쟁에서 앞서 있지만, 아직 트로피의 주인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오는 6월 2018 러시아월드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공산이 커 어느 때보다 불꽃 튀는 대결이 기대된다. 전초전에선 메시의 존재감이 크다. 남미 월드컵 예선 통산 최다 득점(21골) 보유자인 메시는 이번 지역예선 종반까지 중위권에 머물던 아르헨티나를 위기 때마다 구해내며 3위에 안착시켰다. 호날두 역시 최근 A매치 16경기에서 20골을 폭발시키며 포르투갈을 월드컵으로 이끌었다. 두 축구 천재의 ‘용호상박’이 곧 펼쳐진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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