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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선들] 검경 수사권 조정 ‘찍어내리식’ 방식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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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8 07:08:00 수정 : 2018-04-18 09: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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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홍만표 전 검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넥슨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3년형을 구형받아서다. 바야흐로 검찰의 수난시대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열린마음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의 도입을 받아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은 자성의 노력을 해왔다.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여론조사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4일 tbs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 포인트)를 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57.9%, ‘반대한다’는 응답이 26.2%로 각각 집계됐다.

국민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변화를 원하고 있다. 검찰이 보여준 각종 법조비리와 정치검찰로 불리며 권력에 붙었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 포인트가 있다. 과연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신뢰도가 얼마나 향상될 수 있으냐하는 점이다.

국민은 검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경찰에 나눠주자는 게 아니다. 국민은 검찰이 큰 힘을 제대로 된 곳에 쓰길 원한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검찰, 공명정대하고 강자에게 굴하지 않은 검찰, 사회 소수자에게 관대하고 재벌과 유력 정치인들에게 굴하지 않는 검찰이 그것이다.

신뢰받는 검찰이 되기 위해서 경찰에게 영장청구권과 수사 종결권을 주면 될까. 이미 정보권과 대북수사권까지 확보한 경찰은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졌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누구하나 던지지 않는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문제점을 찾아 제도적으로 보완하자는 것이지 경찰에 대한 검찰 통제를 지금보다 약화시켜 보다 쉽게 수사를 하고 구속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일본은 1945년 패전 후 경찰구속제도를 폐지하고 48시간 체포권만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찰이 독자적인 영장청구권까지 행사하겠다고 하고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마련돼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을 살펴보면 경찰은 숙원인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을 가지며 검찰은 경찰·공수처 검사와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권한이 축소된다.
김건호 기자
즉 이 안대로 진행될 경우 검사는 본인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재판에 들어가 유무죄를 다퉈야하는 상황이 온다. 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쥐게 되면 검찰의 수사지휘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이 수사 종결을 실행할 경우도 생긴다.

수사권 조정이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권력기간 간 암투로 변질되는 양상도 문제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차례 만나 검찰의 송치 전 수사 지휘권 폐지,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 경찰에 영장신청 이의제기권 부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 당사자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이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반감이 크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 간의 단순한 권한 분배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권력 분배는 결국 또 다른 비대권력을 낳을 뿐이다.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의 검경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방침으로 ‘찍어내리식’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피의자의 인권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수사권 조정은 또다른 비대권력을 낳을 뿐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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