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자들의 자녀는 결혼에 평균 6억∼7억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의 경우 신혼집에 5억7000만원, 혼수 및 예단에 9700만원, 예식비용에 7500만원을 사용해 총 7억4000만원을 들였다.
딸은 신혼집 비용은 4억5700만원, 혼수·예단비 9600만원, 예식 비용 6700만원을 사용했다. 총계는 6억2000만원이었다.
2013년 동일한 조사에서 아들과 딸의 결혼 비용이 각각 4억2400만원, 4억160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4년 사이에 2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조사한 일반인 남성의 평균 결혼비용인 1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4배 수준이다.
부자들 가운데 자녀 결혼비용을 전액 부담했다는 응답은 40%에 달했고, 평균적으로 전체 비용의 85%를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유층 부모, 자녀 결혼비용 85% 부담
2030대 결혼 적령기 남녀 10명 중 9명 이상은 '우리 사회의 결혼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원인으로 과다한 혼수·예물·예단과 주위를 지나치게 의식한 시선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을 뺀 결혼 평균 지출비용은 4590만원이었다. 미혼자 80%가량은 ‘작은 결혼’에 긍정적이지만, 여건상 주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미혼과 기혼 각 1000명씩 203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문화 인식과 결혼비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94.6%는 결혼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5점(매우 문제 많음) 기준으로 볼 때 그 원인으로는 ‘과다한 혼수와 예물·예단’(4.6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혼식’(4.4점), ‘본인의 뜻과 달리 가족의 입장을 고려한 결혼’(4.1점)을 꼽았다.
‘과도한 축의금’(3.8점), ‘개성이 없는 정형화된 결혼’(3.4점)도 지적했다. 결혼 준비 때 필요하지 않은 항목으로는 약혼식, 함들이, 이바지, 예단, 예물을 꼽았다.
주택 마련 비용을 뺀 기혼자의 결혼비용은 4590만원으로, 미혼자 평균 결혼 예상비용(6020만원)보다 1430만원 낮았다.
연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 소요비용이 많이 들었다. 연 소득 5000만원 이상 응답자의 결혼비용은 6230만원으로, 3000만원 미만 응답자 3890만원의 1.6배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0%는 결혼의 필요성에 긍정적으로 응답했지만, 부정적인 이들은 남성은 주택마련 및 결혼비용 부담, 여성은 출산 및 육아, 집안 어른들과의 관계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가족과 지인만을 초대한 소규모 결혼식’으로 알려진 작은 결혼에 대해 미혼자의 79.6%는 의사가 있다고 답했지만 주변 사람 설득(48.2%), 적절한 장소 섭외(44.1%) 문제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혼자의 경우 작은 결혼을 했다고 응답한 이는 5.4%에 그쳤다.
◆청년층 94.6% "韓 결혼문화 문제 있다"
우리 사회에 만혼(晩婚)·비혼(非婚)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독립을 외치며 홀로 생활하는 1인가구 절반 이상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5~44세 1인가구 남녀 2000명(남성 1256명, 여성 7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정책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3.3%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다. 6.2%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 38.4%만이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1인가구는 일반가구와 비교해 결혼에 대한 더 유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에서는 결혼에 대한 태도에 대해 ‘해야한다’(51.9%),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42.9%), ‘하지 말아야 한다’(3.1%)로 나타났다.
결혼할 계획이 없는 이유는 성별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수입이 적어서’(23.8%),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6.4%), ‘실업상태거나 고용이 불안해서’ 등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반면 여성은 ‘비혼주의’(45.5%), ‘배우자나 아이에게 구속되기 싫어서’(10.6%), ‘결혼제도가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8.9%) 등 결혼 제도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자녀에 대해서도 38.5%는 ‘없어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자녀가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4.1%였지만 ‘꼭 있어야 한다’(13.7%)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혼에도 유연적이다. 응답자 47.9%는 ‘경우에 따라 이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23.2%는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26.8%에 그쳤다.
이들은 ‘제대로 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 동거로 시작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한다.
1인가구 4명 중 3명(74.9%)이 동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동거에 대해 ‘가끔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65.9%,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9.0%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로 절반(49.4%)은 ‘결혼 전 살아보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를 꼽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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