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막을 내린 tvN 18부작 드라마 ‘라이브(Live)’의 여운이 길다. 라이브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창은 ‘인생 최고의 드라마였다’ 등의 찬사와 함께 속편을 기대하는 시청자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이강은 사회부 차장 |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려고 밤낮없이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희로애락을 안겼다. 극중 지구대 경찰의 업무 강도나 처지를 보면 눈물겹다. 시민을 상대하는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지만 폼나지 않고 별 힘도 없는 ‘말단 공권력’의 신세라서다.
그들은 치안 유지를 위한 순찰과 끊임없는 사건사고 대응은 물론 만취자 행패 등에 치여 하루하루를 보낸다. 동료를 잃고 자신도 죽을 뻔한 강력 사건을 마주하고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기도 한다. 경찰 일부의 비리 소식과 지휘부의 보신주의, 정치권력과 무소불위한 검찰의 갑질, 언론의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비판 보도 등에는 고개를 숙이거나 분통을 터뜨린다.
그래도 다시 홍일지구대 경찰들은 제복 옷깃을 여미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바로 사명감 때문에. 드라마 종영 후 ‘경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반응이 엄청날 만하다. 그런데 TV를 끄고 현실로 눈을 돌리면 딴판이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어설픈 대응 탓이 크다.
경찰은 당초 네이버 댓글 대규모 조작 의혹을 발빠르게 수사했다.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키를 쥔 집권여당이 고발한 사안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정권 실세의 이름(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등장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주범만 서둘러 구속하고 사건의 실체를 더 파지 않은 채 쉬쉬했다.
그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잇따른 뒤에는 더 가관이었다. 수사 최고 책임자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설익은 수사 내용으로 김 의원을 감싸주는 듯한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신속함이 생명인 증거 확보도 더뎠다. 압수수색 영장이 부실하게 작성돼 기각당했는데도 검찰 탓을 하다 망신만 샀다. 김 의원이 참고인 조사를 받고 돌아간 뒤에는 “드루킹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김 의원 진술 내용을 언론에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노 작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라이브를 통해 경찰에게 실어준 힘을 드루킹 수사로 다 까먹었다”는 비아냥까지 나올까.
물론 이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도 잘한 게 없다. 특검 도입 여론이 상당하고 ‘검찰이나 경찰이나 다 똑같은 X들’이란 비난이 거센 이유이다. 이는 검찰보다 경찰에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 ‘하는 짓이 미덥지 못한데 수사권 조정은 무슨’이란 부정적 여론이 퍼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경찰 지휘부가 권력 눈치보기나 자리 욕심 등이 앞서 조직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게 해선 안 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은 2012년 대선 때 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처럼 과거에 그런 적이 제법 있었다.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대선 사흘 전 밤늦게 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땅에 떨어졌고 검찰 수사로 쑥대밭이 됐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드루킹 수사를 대하는 경찰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예단과 좌고우면은 금물이고 원칙대로 단단한 수사를 하는 게 정답이다. 여기에 필요한 건 사명감 하나면 족하다.
경찰이 앞으로 어떤 시즌을 맞이할지는 오롯이 자신들에게 달렸다.
이강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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