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예일대의 올해 어느 봄날 풍경은 이랬다. 그날은 학생들이 시험과 과제 제출로 지쳐가던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산토스 교수가 중간고사 문제를 냈다. 주문은 간단했다. 1시간 15분 동안 공부를 하지 말고, 즐기기만 하라는 주문이었다. 40대의 산토스 교수는 학생들을 살폈다. 학생들 중 9명을 안아주었다. 2명이 눈물을 터트렸다.
산토스 교수는 ‘기숙형 대학’(RC)의 관리 책임자로 있을 때 이런 강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녀가 개설한 강의는 즐겁게 의미있는 삶을 위한 심리학을 다루는 강의였다. 연구하는 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강의 개설이었다. 수강신청 기간에 한때 걱정도 앴다. 수강 신청자가 100명을 넘어 200명, 500명을 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학 측은 “행복 수업 수강생에 인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산토스 교수의 선도, 학생들의 욕구, 대학의 의지로 강의는 명강좌로 거듭났다.
산토스 교수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도록 자극했다. 수업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몰입을 위한 시간이었다. 산토스 교수는 학생들에게 1시간 동안이라도 성적 걱정을 멈추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반응했다. 어느 4학년 재학생은 ‘예일대 미술관’을 처음으로 찾았다. 일단의 학생들은 캠퍼스 녹음실에 들러 새로운 노래를 불렀다. 공부 때문에 걸렀던 점심을 햅버거로 해결하고 프리스비를 즐겼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캠퍼스 잔디밭에 누었고, 일부는 웃고 떠들었다. 학부생의 4분의 1은 그렇게 예일대 캠퍼스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들은 진정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했다.
그녀가 보기에 요즘 학생들은 자신의 학창시절보다도 더 지치고 불행하다. 이런 인식은 미국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는 일부 보고서들의 내용과 일치했다. 명문대 학생일수록 경쟁체제에서 더욱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끔직한 일이다. 산토스 교수의 강의는 어떤 면에서는 실천이 쉬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정기적인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일주일에 3일은 7시간 이상 취침하라는 것도 빼놓지 않은 조언이다. 그런가하면 낯선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적 작용이 얼마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지도 통계 자료를 통해 제시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감사 편지를 썼다. 대상은 다양했다. 어떤 학생은 ‘사랑하는 엄마’로 시작하며 눈물을 흘렸다. 누구는 깡마른 캠퍼스 생활에서 봄날을 만끽했다. 캠퍼스 생활을 온전히 바꾸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재학생들도 늘어갔다. 학생들은 다른 이와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행복의 우선순위가 경쟁이나 물리적인 성공이 아니라는 점도 자각했다. 한 학생은 “이 강의를 통해서 우리가 벌이고 있는 어려움을 자각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학생들이 많다”며 자신은 해군 잠수함의 장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일대의 교양강의로 인기를 끌게 된 ‘심리학과 좋은 삶’은 캠퍼스 밖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문 등 언론에서도 다뤄졌으며, 사람들이 이 강의를 대화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온라인 강좌엔 개설 2개월 만에 9만1000이 등록했다. 온라인 강좌를 듣는 이들의 국적은 168개국에 달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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