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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미세먼지 경보… 암보다 더 무서운 COPD

입력 : 2018-05-21 03:00:00 수정 : 2018-05-20 2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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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COPD 증상 악화의 주범/사회경제적 비용 연 1조4000억 소요/1인당 747만원… 고혈압 10배 달해도/다른 질환에 비해 인지도 현저히 낮아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 국민의 우려가 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미세먼지 해소책은 환경보건 당국의 일차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전문의들은 “COPD는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으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막대하지만 다른 질환에 비해 일반의 인지도는 현저히 낮아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엔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사장 김영균·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정부 당국에 미세먼지 위협에 노출된 COPD 환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세먼지 농도 높으면, COPD 환자 입원율도 증가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심재정·최주환 교수팀은 최근 미세먼지가 COPD 급성악화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국내 첫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발표했다. 심 교수팀이 2015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이 병원에 입원한 40세 이상 COPD 급성 악화 환자 374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COPD 위험도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통합 대기환경지수 수준이 ‘보통’ 이상일 경우 급성악화로 입원하는 환자가 ‘좋음’ 수준 대비 1.6배 증가했다. 특히 6가지 대기오염물질 중 미세먼지(PM10)가 30㎍/㎥ 이상 일 경우 입원율이 가장 높았다. 미세먼지가 COPD 증상 악화의 주범임이 확인된 셈이다.

미세먼지가 높은 날을 기준으로 3일 뒤 급성악화로 인한 입원율이 가장 높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미세먼지가 체내에 흡수되면 면역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입원이 평균 3일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최근 정부 당국에 COPD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위해선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 실현 여부가 관심을 끈다. 사진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내원자에게 암보다 더 무섭다는 COPD 증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고대 구로병원 제공
◆질환의 심각성보다 인지도는 현저히 낮아

COPD는 폐에서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손상돼 숨을 쉬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폐 손상이 50% 이상이 됐을 때 나타나고, 한번 망가진 폐는 예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COPD가 폐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본다. 폐암보다 환자와 사망자도 많을 뿐 아니라 예후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COPD 사회경제적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COPD 치료를 위해 연간 1조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국내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의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 73만원, 당뇨병 137만원, 허혈성심질환 256만원인데 비해 COPD는 747만원에 이른다. 고혈압보다 COPD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10배, 당뇨병보다 5배 이상이다. 학회는 50세 이상 흡연자의 85%가량은 기침, 가래 등이 있는 경증의 COPD 잠재 환자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COPD에 대한 인식이 낮아 조기진단과 치료가 부진하다. 40대 이상 성인의 진단율은 2.8%에 불과하다. 전체 환자의 2.1%만이 병원에서 치료받는다고 한다.

◆학회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 도입” 촉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호흡기질환 조기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공식 촉구했다.

가톨릭의대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국내에서 COPD는 고혈압, 당뇨병만큼 흔한 질환인데도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이 예민하게 혈압, 혈당을 측정하는 것과 달리 COPD 환자들은 표준 진단법인 폐 기능 검사를 알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1차 의료기관 등에 폐 기능 검사 기계가 많이 보급되어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으므로 폐 기능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하는 것이 미세먼지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건국의대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학회가 추계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서 폐기능검사를 시행할 때 소요되는 재정은 약 21억원이었다”면서 “비용 효과성을 보는 수치인 ICER의 경우 고혈압 검진, 당뇨병 검진보다 낮게 나왔다. 따라서 COPD 조기 진단 정책은 실효성이 어느 질환보다도 높다”며 폐기능 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학계의 이런 요구와 관련해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국가건강검진 시 폐기능 검사 추가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결실로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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