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LG화학사장이 지난 17일 ‘모빌리티의 미래: 전기차(EV) 시대 도래하나?’ 세미나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는 그간 파나소닉의 독주 체제가 공고하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지각변동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1년 새 200% 넘는 성장세를 보인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다. CATL이 최근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유럽시장 선점 채비까지 서두르면서 국내 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1일 업계·외신에 따르면 CATL은 조만간 유럽현지 공장 건설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가동이 목표다. 독일, 헝가리, 폴란드 중 한 곳이 유력하다. 폴란드는 LG화학이, 헝가리는 삼성SDI가 올해 공장을 세워 가동을 시작한 곳이다. 유럽은 2025년부터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개발이 한창이다. CATL은 최근 폴크스바겐에 이어 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와 글로벌 파트너십도 맺었다.
CATL 유럽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저가 전략을 쓰는 한국 기업은 지난 2년간 기술적인 면에서 크게 진전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그들을 능가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CATL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397.3㎿h로 전년 동기(376.6㎿h) 대비 271.0% 늘었다. 점유율은 13.6%로 LG화학(12.4%), 삼성SDI(6.6%)를 제치고 파나소닉(23.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CATL의 점유율은 5.7%로 국내 업체(LG화학 14.0%·삼성SDI 6.6%)에 뒤처졌다.
이런 CATL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결국 기술력뿐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쓰이는 코발트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 확보는 그 답안 중 하나다. 코발트는 시세 급등으로 가격경쟁력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다. LG화학, 삼성SDI 등이 이 코발트 비중을 기존 20%에서 5%까지 낮추는 기술을 현재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검승부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는 2020년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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