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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 허구?… 중·일에 왜곡되는 고조선사

입력 : 2018-05-24 20:59:22 수정 : 2018-05-24 2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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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각국 연구동향 분석 단군, 한국사의 가장 첫머리에 올라 있는 존재다. 우리 민족이 세운 첫 국가 고조선의 수장이며, 실체를 가진 최초의 할아버지다. 하지만 고조선의 영역이 현재의 중국 땅인 요동지역을 포함하고 있었고 그 역사에 중국 출신 인물들이 끼어들고 있으며, 또 단군이 민족주의의 한 구심점이라는 이유 등으로 중국과 일본의 학계에서는 허구로 간주되기도 한다.

단군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동북아 역사분쟁의 전개 양상을 압축해 보여준다. 단군은 남북한에서 민족의 시조이나 중국은 고조선사를 중국사에 포함하려는 의도에 따라 부정하고 있으며, 일본은 한반도 강점의 정당성을 조작하면서 만든 왜곡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이 2000년 이후 각국의 연구 경향을 정리해 발간한 ‘고조선사 연구동향’에서 확인되는 특징이다. 

해마다 지내는 단군에 대한 제사는 단군과 고조선을 실재했던 존재로 인식하며, 한국사의 시작으로 여기는 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 일본에서 단군은 허구의 존재일 뿐이며 각국의 필요에 따라 왜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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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년 전 실존인물”… 남한보다 뚜렷한 북한의 단군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고대사 연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해 양적, 질적인 팽창을 하는데, 특히 고조선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단군은 고조선사 연구의 핵심이다. 2000년 이후 발표된 476편 중 30%에 달하는 145편이 단군신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단군신화 자체를 분석하거나 단군신화와 고구려의 계승성을 파헤친 연구가 있었다. 또 각 시대별로 단군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살폈고, 단군신화를 종교적, 정치사상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제출되었다.

북한의 단군 인식은 남한의 그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결이지만 존재감은 훨씬 뚜렷하다. 북한에서 단군에 대한 인식은 1993년 평양에서의 단군릉 발굴을 계기로 크게 변화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은 고조선의 유구성과 자주성을 강조했지만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생각하는 관점을 ‘반동적 이론’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단군릉 발굴 이후 우리 민족은 단군의 후손이자 단군을 원시조로 하는 단일성을 가졌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단군릉 내부에서 발굴된 유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군이 발굴 당시를 기준으로 5011년 전에 살았다고 주장한다. 단군릉 발굴은 고조선의 중심지를 요동에서 평양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단군에 대한 북한 학계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1989년 김정일이 제창한 ‘조선민족제일주의’와 김일성의 민족론이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게 투영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북한이 평양에 크게 건설해 놓은 단군릉. 1993년 단군릉 발굴 이후 북한에서 단군은 우리 민족 원시조로 크게 추앙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단군신화는 중국신화의 아류”

중국에서 단군은 신화 속의 인물일 뿐이다. 또 단군신화는 7세기 이후에나 만들어졌고, “중국신화의 아류적 범주”에 머문다. 단군신화는 민간에 전해지던 전설을 바탕으로 천부인, 삼위태백, 풍백, 운사 등 중국적 요소들을 추가해 13세기에 재창조된 것이라는 가오웨이농의 견해를 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중국의 학자들은 남북한에서 단군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것을 크게 비판하기도 했다. 정청훙은 한국의 교과서에 단군의 건국 연도를 기원전 2333년으로 단정한 사실을 비판했고, 장비보는 북한이 5000년 전의 단군조선을 공식화한 ‘고조선력사개관’을 출판하자 “공상 위에 건립한 역사관”이라고 깎아내렸다.

단군의 존재를 부정하는 중국 학계에서 뚜렷하게 부각되는 인물이 은나라 출신으로 주나라 무왕이 ‘조선왕’으로 봉해 ‘기자조선’을 열었다는 기자(箕子)다. 이는 2002∼2007년 진행된 동북공정의 과정에서 나타난 고조선 연구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기자동래설’(箕子東來設·기자가 중국의 동쪽 고조선으로 진출해 지배자가 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강조는 “한족(漢族) 문화가 동북지역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으며, 문화 구성의 주요 부분이란 점”을 역설하고 기자조선을 한나라의 지방정권으로 간주해 고조선의 역사, 영역이 중국사의 일부이자 중국의 옛 땅임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조작된 단군”

일본에서 단군에 대한 관심은 ‘한반도 사람들은 어떻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다. 메이지유신 이래 줄곧 이어진 특징이다. 한반도의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우리의 민족성을 파악해야 했던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이런 관점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되어 단군신화는 역사가 아닌 신화의 범주이며 고조선 역시 실존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시각”으로 정착됐다.

일본의 학자들은 단군신화가 몽골의 침입을 받은 고려시대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고 간주한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민족주의가 고양되면서 단군이 상징적 존재로 부각되었다는 주장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유사한 신화가 이전부터 있었고, 그것이 고려시대 이후 단군신화로 완성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본에서 고조선은 위만조선 이후부터 실재했다는 주장이 일제강점기 이래 정설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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