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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포괄임금제 폐지 시동…'저녁 있는 삶' 현실화할까?

입력 : 2018-05-28 05:00:00 수정 : 2018-05-27 1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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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 52시간 도입, 포괄임금제 축소 등 근로 이슈가 불거지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치솟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내달 중 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포괄임금제 적용을 금지할 방침이어서, 초과근로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과 범위를 놓고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포괄임금제는 노사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초과근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사전에 정한 뒤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임금 체계입니다. 이는 연구개발직, 영업직, 운송직 등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내달 말까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선 가이드라인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 실제 근로시간보다 수당을 적게 준 기업에 과거 3년치 미지급분을 따져 소급해 지급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담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당장 현실화하면 상당한 노사 갈등이 우려됩니다.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는 산업현장의 필요에 의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만든 제도라며 남용될 소지가 있으면 철저한 감독을 통해 관리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포괄임금계약이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되는지에 대해 일부 논란도 있는데, 이는 적용을 억제하기 보다는 남용 방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절반 가량이 도입한 포괄임금제가 사실상 폐지될 전망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 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엔 근거가 없지만 대법원 판례로 산업계 내에서 폭넓게 인정되어 왔다. 일부 야근이 잦은 직종에서는 사실상 임금 제약, 장시간 근로 강제 등 악용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 정부가 의무화하는 근로시간 단축도 포괄임금제가 개편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정부가 강력한 지침 마련에 나선 것인데, 일각에서는 장점도 있는 포괄임금제가 갑작스럽게 폐지되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는 "시간 외 근로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법하고 허용되는 포괄임금제라면 개정근로기준법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포괄임금계약의 급여 구성내역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고, 고용당국에서 포괄임금제를 관행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어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괄임금제 폐지 앞장, 위메프의 '위대한 시도'…완전한 주40시간 근무 확산되나?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위메프가 주요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고 파격적인 선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위메프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급여 축소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메프 관계자는 "24시간 운영되는 서비스 특성상 포괄임금제 폐지는 임금 상승 부담이 있지만, 포괄임금제 유지가 근로시간 단축의 긍정적 취지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과감하게 현 제도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부터 포괄임금제를 없애면서 기존에 받던 초과 수당을 아예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초과 수당을 급여에서 빼는 만큼 기본급을 올려 이를 보전해주는 것. 위메프는 주 40시간 근무제도 한 달 가량 앞당겨 적용한다.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초과 근무는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제도 폐지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실질급여 변동은 없다. 물론 40시간 이상 근무 시 오히려 임금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추가 근무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사측의 목표다.

위메프는 "이번 조치는 주 40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역량을 집중해 업무에 몰입하고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지양하는 등 일하는 방식과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이를 폐지한 것은 위메프가 처음이다. 다음달 정부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위메프의 '위대한 시도'가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무시간 단축→생산성 증가→고용 창출' 선순환 기대해도 될까?

일각에선 업무의 절대량이 존재하는데 근무시간만 축소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는 추가 고용 이슈에 대해서도 위메프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85명에서 5월 현재 1637명으로 10% 이상 늘었으며, 올해 연간 1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인력 충원을 통해 비효율적인 업무 습관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 같은 실험이 앞으로 근무 효율성과 실질적인 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근로시간 단축 예행연습에 나선 기업들의 현황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표적인 사례는 각각 지난 1월과 지난해 4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과 종합숙박 O2O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이다.

신세계 임직원들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고, 기본적으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위드이노베이션은 매주 월요일 오전 근무를 없애고, 오후 1시에 출근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인 투 식스(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를 유지하되,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늘려 90분으로 정했다.

현재 이들 기업은 워라밸과 업무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신세계는 본사 기준 야근율이 단축 이전 32%에서 1%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위드이노베이션도 근무단축을 시행한 지난해 연간 영업익 60억원을 기록, 전년 영업손(-141억원) 대비 크게 개선된 성과를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자율적인 선택근무제를 지향하고 있다. 2분기 중 2주에 80시간만 맞추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 주는 30시간, 다음 한 주는 50시간 등의 방식으로 근무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

LG전자는 하루 4∼12시간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두고 주 40시간 근무를 지난 2월26일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업무가 있는 날은 최대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휴식이 필요하면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근무시간 단축과 워라밸에 대한 논의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한발 앞서 업무환경 정비에 나선 기업들이 더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중 정부가 포괄임금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데 따라 더 많은 기업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제적으로 나선 기업이 서비스 경쟁력 제고와 동시에 새로운 고용 창출까지 일으키면서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앞다퉈 탄력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워라밸 풍토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보수적인 기업들이 많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형식적인 복지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근본적인 기업 문화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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